[강연] 유전자가위로 유전자 수술하기 (2) _ 김진수 교수 | 2017 봄 카오스 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9강 | 9강 ④
유전자 수술은 환자의 세포를 교정하여 다시 주입하거나, 체내로 직접 유전자 가위를 전달하는 혁신적인 치료 방식입니다. 특히 신경 세포나 간처럼 체외로 꺼내기 어려운 조직의 경우, 체내 직접 전달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효율적인 전달체인 AAV에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크기의 Cas9 단백질을 찾아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기존에 치료가 불가능했던 다양한 유전 질환과 퇴행성 질환을 정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으며, 실제 생쥐 실험을 통해 황반변성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성체 세포를 모두 교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온몸의 유전자를 바꾸기 위한 대안으로 배아 유전자 교정이 제안되었습니다. 한 개의 세포 단계인 배아에서 유전자를 교정하면, 이후 태어나는 아이의 모든 세포에 교정된 유전자가 반영됩니다. 이미 원숭이를 포함한 수십 종의 동물 모델에서 그 성공 가능성이 입증되었으며, 이는 유전병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인간 배아의 착상과 출산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신중한 논의와 엄격한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의료 분야를 넘어 농축산물 시장에서도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근육량을 늘린 돼지나 곰팡이병에 강한 바나나를 만드는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외부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는 방식은 기존 GMO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수백 년간 이어온 전통적인 육종 방식보다 훨씬 정교하고 빠르며, 식량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습니다. 먹거리 시장의 규모가 반도체나 자동차 시장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유전자 교정 작물의 경제적 가치와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윤리적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에 의해 연구 자체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나, 해외에서는 기술적 난관 극복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만약 우리가 연구의 기회조차 잃게 된다면, 미래에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해외 기술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유전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도 중요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인류는 이제 유전자를 무작위적 변이에 맡기던 '눈먼 시계공'의 시대를 지나, 생명체를 정교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눈뜬 시계공'의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유전자 가위는 난치병 치료와 식량 문제 해결이라는 축복이 될 수도 있지만, 외모 개선이나 지능 강화와 같은 우생학적 도구로 악용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 강력한 도구를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는 과학자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합리적인 판단과 지속적인 관심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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