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과학관] 100세를 넘어 사는 법(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 제22회 필 사이언스 강연
코로나19 팬데믹은 현대 의학의 성취 이면에 숨겨진 노년층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서구 선진국조차 높은 치사율로 고전하는 가운데, 특히 70~80대 고령자의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한 나이가 아니라 '기저 질환'의 유무였습니다. 96%의 사망자가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같은 기저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반대로 100세가 넘었더라도 기저 질환이 없는 이들은 건강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건강하게 늙는 것이 전염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임을 시사합니다. 우리나라의 구례, 곡성, 순창, 담양으로 이어지는 장수 지역은 이번 위기 속에서 그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속출할 때도 이 지역들에서는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는 장수의 조건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생태 환경과 공동체 시스템을 갖추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한국의 우수한 의료보험 체계와 IT 기술을 활용한 역학 조사, 그리고 대구 사례에서 보여준 의료진의 헌신은 인류 역사에 남을 특별한 방역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안전망은 노년의 건강을 뒷받침하는 필수적인 토대가 됩니다. 실제 100세를 넘긴 장수 어르신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공통된 특징이 발견됩니다. 107세에도 "나는 안 늙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던 박복동 할머니나, 100세의 나이에도 매년 150회가 넘는 강연을 소화하는 김형석 교수님처럼 이들은 매우 능동적입니다. 장수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끊임없는 활동의 산물입니다. 특히 대대로 증조부모를 보고 증손주를 보는 5대 가족의 사례는 장수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소중한 자산임을 일깨워 줍니다. 한국 전통 식단은 과학적으로도 뛰어난 장수 식품임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서구의 지중해 식단이 과일과 생채소를 강조한다면, 우리 식단은 나물을 데쳐 먹는 지혜를 발휘합니다. 채소를 데치면 부피가 줄어들어 더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고, 농약이나 질산염 같은 유해 성분은 빠져나가면서도 영양소는 유지됩니다. 고기를 구워 먹기보다 삶아서 수육으로 즐기는 방식 또한 발암 물질 생성을 억제하는 훌륭한 조리법입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현대인의 유방암이나 대장암 같은 생활 습관병을 예방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고령 시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키워드는 '하자, 주자, 배우자'입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이웃에게 베풀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65세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 80세에 중국어, 100세에 러시아어에 도전한 일본의 사례나, 85세에 펜싱을 시작한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는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됩니다. 뇌와 신경은 우리 몸에서 가장 늦게 노화하는 조직이기에, 끊임없는 지적 자극과 사회적 참여는 신체적 노화를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현대 과학은 이제 노화를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이 아닌, 조절 가능한 과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늙은 세포와 젊은 세포의 반응을 연구한 결과, 노화는 세포가 증식을 포기하는 대신 생존을 선택한 전략임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젊은 피의 인자를 활용하거나 늙은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술 등 다양한 회춘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비록 냉동 인간이나 줄기세포 기술이 아직은 실험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노화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려는 인류의 도전은 100세 시대를 넘어 그 이상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장수를 누리는 '에브리바디(Everybody)'의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점은 명확합니다. 단순히 숫자로 나타나는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자립적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건강 수명'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을 실천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세상과 소통할 때, 노년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축복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사회적 지원이 결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장수 시대의 행복을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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