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읽었니?#1] 김상욱 교수 “[시간의 역사], 물리학도만 읽어라!”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과학 교양 서적 중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꼽히지만, 역설적으로 대중이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책입니다. 저자의 인간적인 승리 서사가 책의 인기에 기여했을지 모르나, 정작 그 안에 담긴 시공간과 물리학의 최첨단 이론은 전공자조차 학부 시절에 포기할 만큼 난해합니다. 물리학자로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에야 비로소 이해되는 이 책을 무작정 읽기보다는,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지식 습득의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어려운 고전 대신 현대 물리학을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상대적으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며, 최근에는 카를로 로벨리의 저서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로벨리는 뛰어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양자 중력 이론과 같은 복잡한 주제를 비유를 통해 편안하게 풀어냅니다. 비록 특정 연구 분야에 치중된 면이 있더라도, 물리학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난해한 벽에 부딪히기보다 이러한 현대적 해설서들을 먼저 접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현대 물리학은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입자들을 통해 우주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는 대부분의 입자를 이해하고 있지만, 거시 세계를 지배하는 중력은 아직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 안에 온전히 통합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물리학자들이 꿈꾸는 모든 것의 이론은 바로 이 중력을 다른 기본 상호작용들과 하나의 틀로 묶어내는 양자 중력 이론을 지향합니다. 비록 이 이론이 완성된다고 해서 인간의 삶이나 복잡한 생명 현상까지 모두 해명할 수는 없겠지만, 우주의 설계도를 이해하려는 과학적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이 언급하는 '신'의 개념은 일반적인 종교적 대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가 신을 말할 때, 이는 인격신이 아니라 우주를 관통하는 정교한 물리 법칙에 대한 관용적인 표현에 가깝습니다. 법칙은 그 자체로 존재할 뿐, 그것을 설계한 주체를 상정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질문일 수 있습니다. 물리학은 '누가' 만들었느냐는 의문보다는 우주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에 집중하며, 신이라는 단어를 빌려 자연의 경이로움과 질서 정연한 법칙의 존재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빛이 파동이자 입자인 광자로 이루어져 있듯, 중력 또한 입자적 성질을 가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중력의 진동인 중력파는 이미 관측에 성공했지만, 이를 양자화한 가상의 입자인 '중력자'를 발견하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의 과제입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중력파를 겨우 측정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 중력자의 실체를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보편성을 믿습니다. 만약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면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물리 법칙을 발견하고, 비슷한 고민을 담은 과학 이론을 발전시켰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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