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인터뷰] 안광석_바이러스&면역학과 함께 걸어온 길
생명과학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류의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있습니다. 특히 면역학은 모든 감염성 질환과 암 치료의 핵심이 되는 분야로, 그중에서도 바이러스 연구는 우리가 끝까지 도전해야 할 과제입니다. 과학자로서 자신의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교과서에 실리는 것은 그 원리가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입증되었음을 의미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비록 연구 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특정 바이러스 연구에 한계가 있을지라도, 기초 연구를 통해 발견한 원리들은 향후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바이러스의 확산은 환경 생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HIV가 원숭이로부터 유래했듯, 자연 서식지가 파괴되고 인간과 동물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새로운 감염병이 인류를 위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아열대성 기후를 확산시켜,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만 머물던 모기 매개 바이러스들이 전 세계로 창궐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 보존과 기후 변화 대응은 단순히 생태계 보호를 넘어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방역 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식은 유정란을 이용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급변하는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유행할 바이러스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백신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mRNA 백신은 병원체의 염기 서열만 알면 즉시 설계가 가능하며, 기존 단백질 백신보다 생산 속도가 빠르고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만능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과 같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만성 감염 바이러스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HIV나 헤르페스처럼 체내에 잠복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직접 절단하여 제거하는 전략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바이러스가 감염된 특정 세포만을 정확하게 찾아내어 유전자 가위를 전달하는 기술적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임상 전문가들과의 다학제적 협업이 필수적이며, 영장류 모델 등을 활용한 정교한 검증 과정을 거쳐 실제 치료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인류가 미생물을 완전히 정복하고 이기는 전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왔으며, 그들의 변이와 진화 속도는 인간의 대처 능력을 상회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바이러스를 박멸의 대상으로만 보기보다, 그들의 습성을 이해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공존의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치료제 개발과 더불어 바이러스와의 사회적 거리두기, 위생 수칙 준수와 같은 인간 행동의 변화가 병행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건강 사회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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