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인간의 뇌는 과연 특별한가? (2) _ 김경진 교수 | 2016 봄 카오스 강연 '뇌 - Brain' 2강 | 2강 ②
생명체의 발생 과정은 경이로운 신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초기 배아 시기의 물고기, 닭, 사람을 비교해 보면 전문가조차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흡사한데, 이는 모든 생명체가 공통 조상에서 기원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형태학적 증거입니다. 특히 영장류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침팬지와 인간은 약 600만 년 전 공통 조상을 공유하며 갈라져 나왔습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역사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거듭나기까지 거쳐온 일련의 진화적 고리들을 보여주며, 뇌의 구조적 발달 또한 이러한 진화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구조 위에 새로운 층이 덧씌워지는 방식으로 정교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발생은 수정란에서 시작하여 정교하게 계획된 세포 분열 과정을 거칩니다. 난할을 통해 세포 수가 늘어나고 낭배 시기에 접어들면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이라는 세 개의 층이 형성됩니다. 이 중 가장 바깥쪽의 외배엽은 장차 표피와 신경계로 분화하며, 신경판이 말려 들어가 신경관을 형성함으로써 뇌와 척수의 기틀을 마련합니다. 임신 기간 동안 뇌는 크기가 커질 뿐만 아니라 전후 관계가 분명해지며 복잡한 모양을 갖추어 갑니다. 이러한 발생 과정은 유전적 프로그램에 의해 통제되지만, 여전히 현대 과학이 풀어야 할 수많은 수수께끼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태어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출생 시 머리 크기가 제한적인 것은 산도를 통과하기 위한 진화적 타협의 결과이며, 본격적인 발달은 영유아기와 청소년기에 걸쳐 일어납니다. 특히 신경 세포의 신호 전달 속도를 높여주는 수초화 작업은 청소년기까지 지속되며, 시냅스의 형성과 불필요한 회로를 정리하는 가지치기 과정이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이러한 뇌의 재축조 과정은 추론이나 이성적 판단과 같은 고차원적인 기능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성인이 되기까지의 뇌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가소성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신체 세포는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유전체 등가성 원리를 따릅니다. 하지만 특정 부위에서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느냐에 따라 신경세포나 근육세포로 분화하는 운명이 결정됩니다. 언어 능력 또한 유전적 기초 위에 세워지는데, FOXP2와 같은 전사 조절 인자가 인간 특유의 언어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 과학은 MRI나 PET와 같은 첨단 영상 장비를 통해 살아있는 뇌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언어, 감정, 사고가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일어나는지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전자와 뇌 기능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결정적인 열쇠가 됩니다. 뇌과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뇌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뇌의 신경망 지도를 그리는 커넥토믹스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나노 스케일의 해상도로 신경 회로를 재구성하는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대해 뇌과학은 '나는 나의 커넥톰이다'라는 답변을 제시합니다. 즉, 우리의 기억, 성격, 마음은 뇌 속에 얽혀 있는 복잡한 신경 연결망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뇌 지도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동시에, 미래 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적 연구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강연] 인간의 뇌는 과연 특별한가? (2) _ 김경진 교수 | 2016 봄 카오스 강연 '뇌 - Brain' 2강](https://i.ytimg.com/vi/wtl8BPSl9aI/hqdefaul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