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Kaelin | 2019 The Nobel Prize Winner,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 3강
생명체에게 산소는 생존의 필수 요소이지만, 세포가 산소 농도를 어떻게 감지하고 적응하는지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케일린 교수는 세포 내 산소 감지 메커니즘을 규명하며 현대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 발견은 단순히 생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암과 빈혈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으며, 기초 과학이 인류의 건강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로 꼽힙니다. 케일린 교수의 연구는 임상 의사로서 환자를 돌보던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희귀 유전병인 폰 히펠-린다우(VHL) 증후군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종양이 유독 혈관이 풍부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VHL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세포가 마치 산소가 부족한 상태인 것처럼 착각하여 혈관 형성을 촉진하는 신호를 과도하게 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는 특정 유전자의 결함이 세포의 산소 감지 체계를 어떻게 교란하는지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으며, 질병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구의 핵심은 VHL 단백질과 저산소 유도 인자인 HIF 사이의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산소가 충분한 환경에서 VHL 단백질은 HIF에 표식을 남겨 이를 파괴함으로써 세포 내 농도를 낮게 유지합니다. 하지만 산소가 부족해지면 이 과정이 중단되어 HIF가 축적되고, 이는 적혈구 생성이나 혈관 확장을 돕는 유전자들을 활성화합니다. 이러한 정교한 '분자 스위치' 메커니즘은 우리 몸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항상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산화효소가 산소 센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 이 메커니즘의 규명은 암 치료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신장암의 경우 VHL 유전자의 변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암세포가 산소 공급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은 HIF의 활성을 억제하거나 관련 경로를 차단하는 약물을 개발하여 암세포의 영양 공급원을 차단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현재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치료제들이 임상 시험을 거쳐 실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으며, 이는 기초 과학 연구가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된 훌륭한 사례입니다. 반대로 산소 감지 체계를 조절하여 빈혈을 치료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만성 신장 질환 환자들은 적혈구 생성 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이 부족해 심각한 빈혈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HIF를 분해하는 효소의 기능을 억제하면, 산소가 충분한 상황에서도 HIF가 안정화되어 적혈구 생성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주사제 대신 먹는 약으로 빈혈을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며, 환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질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 뒤에는 수많은 실패와 거절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케일린 교수는 자신의 논문이 학술지에서 거절당하거나 연구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며, 과학자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인내심을 꼽았습니다. 그는 단순히 결과를 쫓기보다 눈앞의 질문에 집중하고, 그 질문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훌륭한 멘토와의 만남과 논리적인 사고 훈련 역시 그가 난관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으며, 이는 모든 연구자에게 귀감이 되는 태도입니다.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그는 자신이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과학은 세상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즐거운 놀이와 같기 때문입니다. 노벨상이라는 결과에 매몰되기보다 연구 과정에서 마주하는 데이터 하나하나에 기쁨을 느끼는 태도가 창의적인 발견의 시작입니다. 끊임없는 호기심과 합리적인 의심을 바탕으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정신이야말로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진정한 힘이 될 것입니다. 과학적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탐구는 우리 사회를 더욱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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