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광주과학관 2024년 3회(6월) 과학스쿨 : 썩는플라스틱도있나요?
인류의 역사는 도구의 재료에 따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구분됩니다. 현재 우리는 여전히 철기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생활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사실상 ‘플라스틱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동차 내장재부터 우리가 입는 옷,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천연 소재가 주를 이루던 시대와 달리, 현대 문명은 가볍고 단단하며 가공이 쉬운 플라스틱이라는 혁신적인 소재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이토록 널리 쓰이는 이유는 압도적인 기능성과 경제성 덕분입니다. 철보다 가벼우면서도 충분한 강도를 지녔고, 유리를 대체할 만큼 투명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이 결정적인 장점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 철 생산량이 무게 면에서는 앞설지 몰라도, 부피로 환산하면 플라스틱이 이미 철을 앞질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의 이면에는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쌓여가는 환경 오염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과거의 천연 고무나 나무 같은 소재들은 자연의 순환 체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었습니다. 그러나 석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원료로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플라스틱은 자연계에 이를 분해할 효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버려진 플라스틱은 수백 년간 생태계를 떠돌며 미세 플라스틱으로 쪼개져 해양 생물의 몸속에 축적되고,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되돌아옵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 역시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자들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소재인 PLA(폴리젖산)는 옥수수 전분과 같은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져 일정 조건에서 퇴비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 해서 길거리에 버려도 무조건 썩는 것은 아닙니다. 약 60도의 온도와 특정 미생물, 수분이 유지되는 전문 퇴비화 시설이 갖춰져야 비로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재의 개발만큼이나 이를 처리할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합니다. 썩는 플라스틱 개발과 더불어 이미 생산된 자원을 다시 쓰는 ‘재활용’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가장 흔히 쓰이는 페트병은 깨끗하게 수거될 경우 다시 병으로 만들어지거나 의류용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재탄생합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재활용 소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석유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합니다. 다만 플라스틱은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오염에 취약해, 정확한 분리배출이 재활용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폐어망이나 비닐 등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폐플라스틱에 높은 열을 가해 다시 석유화학 원료와 유사한 기름 상태로 되돌리는 방식입니다. 또한, 원료 자체를 석유가 아닌 사탕수수나 식물 잔여물에서 추출하는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도 활발합니다. 비록 공정 비용이 비싸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첨단 기술은 이제 단순히 편리한 소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지구와의 공존을 목표로 합니다. 플라스틱 문제는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완결될 수 없습니다. 우리 개개인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배달 주문 시 일회용 수저를 거절하며, 분리배출 시 이물질을 깨끗이 닦아내는 작은 실천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또한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응원하고 관심을 갖는 소비자의 태도가 기업의 연구와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됩니다.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편리함이 미래 세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시대를 향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