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황호성_AI로 풀어가는 우주의 비밀: AI는 42보다 더 나은 답을 줄 수 있을까?|제33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_"과학 그리고 인공지능"
광활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인류는 오랜 시간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존재의 본질은 무엇이고, 결국 어디로 향하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은 이제 현대 천문학의 핵심 과제가 되었습니다. 고갱의 화폭에 담긴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우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 비밀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우리는 단순히 우연의 산물이 아닌, 장구한 우주 역사가 빚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별과 은하,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우주 전체 구성 요소의 단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는 빛을 내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 물질과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하는 암흑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암흑 물질은 보이지 않지만 중력을 통해 은하를 붙잡아두는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과 같으며, 암흑 에너지는 우주 공간을 밀어내며 그 크기를 끊임없이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미지의 영역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과학이 마주한 가장 매혹적인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됩니다. 은하는 우주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수천억 개의 별이 모인 은하들은 단순히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암흑 물질이 형성한 거대한 그물망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베라 루빈과 같은 천문학자들은 은하의 회전 속도를 관측하여 눈에 보이는 질량보다 훨씬 더 강력한 중력이 존재함을 증명해 냈습니다. 마치 밤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도로의 존재를 암시하듯, 점처럼 흩어진 은하들의 분포와 움직임을 분석하면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의 지도를 그려낼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천문학 연구의 지형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거대 망원경들이 쏟아내는 관측 자료는 인간이 일일이 분석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형성합니다. 한 장의 사진에 수천억 개의 은하 정보가 담기기도 하며, 십수 년에 걸친 관측 데이터는 페타바이트 단위에 이릅니다. 이러한 거대한 자료의 홍수 속에서 인공지능은 연료 역할을 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한 알고리즘을 가동하여, 수만 개의 은하를 순식간에 분류하고 미세한 우주의 신호를 포착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천문학에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의 우주 생성입니다. 물리학 법칙을 총동원하여 만든 이 가상의 우주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어떻게 천체를 형성하는지 보여주는 정답지 역할을 합니다. 인공지능은 이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실제 관측 데이터를 비교 학습하며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의 분포를 예측합니다. 수많은 은하의 속도와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암흑 물질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지도를 그려내는 과정은 인간의 계산 능력을 넘어선 인공지능만의 독보적인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 존재합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찾고 예측하는 데 탁월하지만,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근본적인 정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모른다'는 상태를 인식할 수는 있어도, 그 무지함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철학적 의미를 끌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지의 영역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탐구 영역이며, 인공지능은 그 여정을 돕는 가장 강력한 길잡이 역할을 수행합니다. 결국 우주를 탐험하는 주체는 기술이 아닌 인간 자신입니다. 우주가 거대한 여행지라면 인공지능은 우리가 그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정교한 지도와 같지만, 실제로 발을 내디디며 경이로움을 느끼는 여행자는 바로 우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수치적인 답변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상상하지 못한 질문을 세상에 던질 때 비로소 우주의 진정한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으며, 과학은 도구를 넘어 인류의 지적 지평을 넓히는 가장 위대한 모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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