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수학으로 맞서는 불확실한 세계 by서인석|2021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 '불확실한 세계, 그래서 과학' | 1강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은 너무나 복잡하여 그 전체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수학을 도구로 삼으면 복잡함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 원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별적인 움직임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를 관관통하는 공통의 법칙을 찾는 과정입니다. 마치 기체 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다 알지 못해도 기체의 전체적인 성질을 파악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보편적 원리는 거친 현실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수행합니다. 첫 번째 보편적 원리는 '대수의 법칙'입니다. 주사위를 던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상황은 복잡해지는 듯 보이지만, 눈의 평균값은 이론적 기댓값인 3.5에 점점 가까워집니다. 이 원리는 잘 설계된 수학 실험뿐만 아니라 성인 남성의 몸무게와 같은 현실의 거친 데이터에서도 동일하게 성립합니다.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유의미한 예측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보편성을 가진 이 법칙 덕분에 우리는 무작위해 보이는 수치들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 원리는 '갈톤-왓슨 수형도'를 통해 알 수 있는 확산의 법칙입니다. 성씨의 번성이나 바이러스의 전파처럼 확률적으로 뻗어 나가는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가 멸종할지 혹은 무한히 확장할지 여부입니다. 놀랍게도 이를 결정하는 것은 각 개체의 복잡한 특성이 아니라, 한 명이 평균적으로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감염 재생산 지수(R)'입니다. R이 1 이하로 유지되면 확산은 결국 멈추게 됩니다. 이 보편적 원리는 정부가 방역 정책을 수립하고 상황을 점검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지표가 됩니다. 세 번째 원리는 '퍼콜레이션' 모형에서 나타나는 '상전이 현상'입니다. 격자에서 점을 지우는 비율이 특정 임계값을 넘어서는 순간, 거대했던 연결 구조가 갑자기 작은 클러스터들로 부서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물이 특정 온도에서 갑자기 끓는 것과 유사한 원리입니다. 격자의 모양이 바뀌어도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 보편성을 가집니다. 이러한 상전이의 원리는 다공성 매질의 배수 특성을 이해하거나,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집단 면역의 임계치를 계산하는 데 핵심적인 근거를 제공합니다. 수학의 세계에는 이외에도 수많은 보편적 원리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수학적 소양을 기르는 이유는 단순히 공식을 외우기 위함이 아니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현실을 더 투명하게 바라보기 위해서입니다. 복잡한 현상 뒤에 숨겨진 단순하고 강력한 법칙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거대한 불확실성에 맞설 용기와 지혜를 얻게 됩니다. 보편적 원리는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가장 정교한 지도이자 나침반입니다. 수학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힌다면 불확실성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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