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빛을 열망한 예술가들 - 터너에서 엘리아손까지 (5) _전영백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8강 | 8강 ⑤
빛은 과학의 영역인 동시에 예술의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지난 200년의 미술 역사를 '빛'이라는 단면으로 들여다보는 시도는 마치 복잡한 예술의 흐름을 CT 촬영하듯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과 같습니다. 과거의 미술이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는 데 그쳤다면, 근대에 접어들며 빛은 사물의 외형을 넘어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변화를 투영하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과학적 이론이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그리고 예술이 어떻게 시대의 정신을 담아냈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괴테의 색채론은 빛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괴테 이전의 빛이 객관적 물리적 실체로만 이해되었다면, 괴테는 빛을 인간의 육안을 통해 체험되는 주관적 영역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개인의 탄생'과 궤를 같이합니다. 외부의 질서에 순응하던 존재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주체적 개인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미술사에서 작가의 주관이 강조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며, 근대적 자아의 형성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계몽주의 시대의 '계몽(Enlightenment)'이라는 용어는 인간 내면의 이성이 스스로 빛을 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개인들은 이성의 빛을 통해 세상을 밝히고자 했으나, 이는 동시에 자기중심적인 시각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각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가 되면서 공통의 규범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프랑스 혁명기의 혼란과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불안정성은 낭만주의를 탄생시켰으며, 미술에서도 확고하지 않은 빛과 어둠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불안정한 내면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대 사회의 격동은 미술의 주제와 표현 방식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과거에는 왕이나 귀족만이 그림의 주인공이었으나, 쿠르베나 밀레 같은 작가들은 평범한 농민과 노동자를 영웅적인 스케일로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당시 기득권층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으며, 계급 간의 갈등을 예술을 통해 표면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시의 풍경 또한 변화하여, 화려한 거리와 그 속을 걷는 개인들의 모습이 주요한 소재로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이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산업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도시의 '산책자'라는 새로운 인간상이 등장했습니다. 보들레르가 묘사한 산책자는 근대 도시를 자유롭게 누비는 주체인 동시에, 거대한 자본의 위세에 소외된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의 빛 대신 백화점 쇼윈도의 휘황찬란한 인공 조명이 개인의 시각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발터 벤야민은 이러한 소외 속에서도 상품의 주름 사이로 비치는 빛을 통해 구원의 가능성을 상상했습니다. 이는 현대 소비 사회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기력함과 그 속에서 찾고자 하는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현대 미술은 거대 자본과 결합하여 더욱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이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처럼 엄청난 비용이 투입된 설치 미술은 관객을 압도하며 종교적인 경건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 자연'은 관객의 주체적 인식을 마비시키고 모두가 동일한 반응을 보이게 만든다는 우려를 낳기도 합니다. 자연의 빛을 잃어버린 채 스마트폰과 모니터의 인공 조명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예술 작품들은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감각을 일깨우는 자극제인 동시에 자본주의의 화려한 단면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시각이 특권화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오히려 진정한 소통의 빛을 잃어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포스트모던 미학은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권력적인 시각을 비판하며, 인간의 오감을 고루 회복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자본이 만들어낸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눈빛과 교감입니다. 관계 미학이 강조하듯, 타인과의 접촉과 공감을 통해 얻는 빛이야말로 삭막한 현대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진정한 구원의 빛이 될 것입니다. 예술은 결국 우리 삶의 관계를 회복하고 인간성을 되찾는 여정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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