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경이로운 진화의 산물, 공룡! (2) _ 이융남 교수 | 2016 가을 카오스 강연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 3강 | 3강 ②
공룡 연구의 역사는 광활한 몽골 고비 사막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1923년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가 이끄는 탐사대는 낙타 150마리를 동원해 사막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인류의 기원 대신 백악기 지층의 보물들을 발견했습니다. 프로토케라톱스와 벨로키랍토르 같은 공룡들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으며, 특히 북미의 트리케라톱스와 유사한 종이 발견되면서 공룡의 기원이 아시아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발견은 전 세계 고생물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몽골을 공룡 연구의 성지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몽골의 공룡 탐사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소련과 폴란드 팀으로 이어졌습니다. 1940년대 소련 과학자들은 거대 육식공룡인 타르보사우루스를 발굴했고, 1960년대 폴란드 탐사대는 여성 과학자들의 주도 아래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벨로키랍토르와 프로토케라톱스가 싸우는 모습 그대로 굳어진 '파이팅 다이너소어' 화석과 거대한 앞발을 가진 데이노케이루스의 발견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2.4미터에 달하는 데이노케이루스의 앞발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공룡에 대한 수수께끼를 남기며 학계의 오랜 숙제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또한 화성시 시화호에서 공룡 알 둥지가 대량 발견된 것을 계기로 몽골 탐사에 뛰어들었습니다. 2006년부터 5년간 진행된 '코리아-몽골 국제 공룡 프로젝트'는 척박한 고비 사막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도, 이정표도 없는 초원을 지나 며칠을 달려야 도착하는 암석 사막은 고생물학자들에게는 화석이 가득한 낙원과도 같습니다. 7천만 년 전의 지층이 고스란히 보존된 이곳에서 연구진은 물과 연료, 식량을 모두 트럭에 싣고 이동하며 현대판 유목민의 삶을 자처하며 탐사를 이어갔습니다. 공룡 탐사는 흔히 '3D 직업'이라 불릴 만큼 고된 과정을 거칩니다. 지표면을 바둑판처럼 훑으며 뼈의 흔적을 찾고, 화석이 발견되면 정형외과에서 깁스를 하듯 석고 재킷을 만들어 안전하게 포장합니다. 사막의 극심한 일교차와 모래 폭풍 속에서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석고 덩어리를 운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 끝에 5년 동안 260여 개의 석고 재킷과 수많은 화석 상자가 수집되었으며, 이는 한국으로 옮겨져 정밀한 화석 처리와 3D 스캐닝 과정을 거쳐 연구 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빛나는 성과는 50년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실체를 밝혀낸 것입니다. 2009년 연구팀은 도굴꾼들이 파헤치고 남긴 현장에서 과거 폴란드 팀이 찾았던 것과 동일한 특징을 가진 뼈들을 발견했습니다. 독특한 골반 구조를 단서로 서로 다른 개체들을 조합한 결과, 마침내 이 거대 공룡의 전체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이후 유럽으로 밀반출되었던 머리뼈와 발뼈의 행방까지 확인하면서, 전 세계 고생물학계가 고대하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완벽한 복원이 가능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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