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리보핵산 : 최초의 생명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1) _ 김빛내리 교수 | 2017 봄 카오스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3강 | 3강 ①
RNA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뿐만 아니라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생명체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흔히 생명의 설계도로 알려진 DNA가 가장 유명하지만, 사실 RNA는 생명의 기원부터 현재까지 모든 생명 현상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리보핵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물질은 단순한 화학 분자를 넘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구성 요소입니다. 우리 몸의 모든 활동은 결국 이 작은 분자의 움직임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DNA와 RNA는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두 분자 모두 당과 인산으로 이루어진 골격에 네 가지 염기가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RNA는 DNA의 티민(T) 대신 우라실(U)이라는 염기를 사용합니다. 또한 RNA의 당 구조에는 DNA보다 산소 원자가 하나 더 포함되어 있는데, 이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생물학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기능을 가능하게 합니다. DNA가 이중나선 구조로 정보를 안정적으로 보관한다면, RNA는 단일 가닥으로서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입체 구조를 형성하며 활동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유연성은 RNA가 생명 현상에서 다재다능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합니다. 생명 정보가 발현되는 과정은 마치 붕어빵을 찍어내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DNA라는 거푸집을 바탕으로 필요한 만큼의 RNA를 복사해내는 과정을 '전사'라고 부르며, 이때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RNA 단위를 유전자라고 합니다. 인간은 약 3만 개 이상의 단백질 코딩 유전자를 포함해 총 10만 개에 달하는 유전적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수많은 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 RNA로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세포의 성격과 기능이 결정되며, 이는 생명체가 복잡한 구조를 유지하는 근간이 됩니다. 각기 다른 모양의 붕어빵 틀이 존재하듯, 유전자는 생명의 다양성을 빚어내는 원천입니다. RNA의 가장 대표적인 역할은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mRNA(메신저 RNA)로서의 기능입니다. mRNA는 DNA로부터 복사한 염기 서열 정보를 리보솜으로 전달하며, 이곳에서 세 개의 염기가 하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코돈' 암호를 통해 단백질이 합성됩니다. 우리 몸에는 수만 종류의 mRNA가 존재하지만, 모든 세포가 이를 동일하게 생산하지는 않습니다. 신경 세포는 신경에 필요한 정보를, 근육 세포는 근육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mRNA만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함으로써 각기 다른 조직의 특성을 갖추게 됩니다. 이러한 선택적 발현은 생명체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핵심 기제입니다. 단 하나의 수정란이 수조 개의 세포로 분열하여 정교한 신체를 형성하는 발생 과정은 RNA 조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모든 세포가 동일한 DNA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뼈, 근육, 신경 등으로 분화할 수 있는 이유는 특정 시점에 필요한 RNA가 정밀하게 조절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절 프로그램은 우리가 태어나 성장하고 노화하며 죽음에 이르는 생로병사의 전 과정을 관장합니다. 만약 이 정교한 RNA 발현 체계에 오류가 생긴다면 질병이 발생하거나 신체 구조에 심각한 변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RNA는 생명의 탄생부터 소멸까지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지휘자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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