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쓴 과학책#7] 물리학자 김상욱의 아틀리에 : '점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 뉴턴의 아틀리에 북토크(1)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은 수학적 방법론의 기초를 세운 고전으로, 그 첫 번째 정의는 바로 '점'에 관한 것입니다. 유클리드는 점을 부분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현대 물리학자들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 입자를 정의할 때 사용하는 표현과 맞닿아 있습니다. 점은 크기가 없기에 부분이 존재할 수 없으며, 이는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과학적 시선과 예술적 영감이 만나는 출발점이 됩니다. 결국 과학과 예술은 가장 작은 단위인 점으로부터 세상을 재구성하며 보이지 않는 본질을 정의하려는 노력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조르주 쇠라의 점묘법은 모든 그림이 결국 점들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예술적 장치입니다. 그의 작품 속 점들은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는 현대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원리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스마트폰 화면 역시 RGB라는 세 가지 색상의 점들이 모여 모든 이미지를 구현해냅니다. 충분히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이룰 때, 차가운 수학적 구조는 비로소 인간의 눈에 아름다운 예술적 풍경으로 변모하며 과학적 원리가 예술적 감동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시대가 저물면서 미술가들은 대상의 본질적인 구조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몬드리안의 추상화는 캔버스의 수직과 수평이라는 최소한의 제약 속에서 근원적인 선과 색을 찾아낸 결과물입니다. 이는 물리학자가 대상을 10억 배 확대했을 때 마주하게 되는 차가운 수학적 구조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멀리서 볼 때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던 존재도 그 근원으로 다가가면 결국 엄밀한 법칙에 따라 배열된 원자들의 집합일 뿐이라는 사실은, 과학과 예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크기가 없는 점을 아무리 모아도 크기가 있는 선을 만들 수 없다는 심오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현대 수학은 이를 무한과 극한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지만, 물리학적 관점에서 선은 점이 시간에 따라 움직인 궤적을 의미합니다. 즉, 선은 점이 시간화된 형태이며 세상의 모든 운동은 기하학적인 선으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물리학자가 연구하는 행성의 궤도나 물체의 움직임은 결국 보이지 않는 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러한 선의 미학은 우주의 질서를 설명하는 핵심 언어이자 운동을 기하학으로 바꾸는 마법이 됩니다. 예술 작품에서 스케일은 관람객에게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물리적으로 크기를 키우는 일은 중력이라는 거대한 제약과 싸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자코메티의 조각상들이 비정상적으로 가늘고 왜소해 보이는 이유는 그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며 인간의 고독과 위태로움을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물리적 안정성만을 고려해 다리를 두껍게 만들었다면 그 특유의 고립된 정서는 사라졌을 것입니다. 이처럼 스케일의 변화는 단순히 크기의 문제를 넘어 존재의 무게와 중력이라는 물리적 실재를 다루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오페라 무대 디자인을 통해 거대한 스케일에 대한 자신감을 얻으며 화풍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캔버스는 관람객의 시야를 가득 채우며 심장을 떨리게 하는 블록버스터와 같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는 피카소가 평생에 걸쳐 화풍을 바꾼 이유가 자신의 예술적 본질을 지키기 위함이었음을 깨닫고, 자신만의 구상주의적 시각에 모더니즘을 결합했습니다. 거대한 화면 속에 담긴 빛과 색채의 향연은 스케일이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관객을 작품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입니다. 토마스 사라세노의 설치 미술은 우주의 거대 구조인 '코스믹 웹(Cosmic Web)'을 거미줄에 비유하며 우리의 시각을 뒤집어 놓습니다. 행성처럼 거대해 보이는 구조물도 우주적 관점에서는 먼지에 불과하며, 오히려 연약해 보이는 거미줄이 우주 전체를 지탱하는 본질적인 연결 고리일 수 있다는 통찰을 줍니다. 생명의 소중함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존재를 인지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새를 새장에 가두지 않고 마당에 나무를 심는 마음처럼, 과학과 예술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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