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고차원 비유클리드 공간으로의 초대 (3) _ by황준묵 | 2018 봄 카오스 강연 '모든 것의 수數다' 5강 | 5강 ③
현대 과학에서 뇌의 평균적인 모양을 구하는 과정은 매우 정교한 수학적 설계를 필요로 합니다. 뇌의 가능한 모양들을 무한 차원의 공간으로 상상한 뒤, 이를 유한하지만 수천 차원에 달하는 고차원 비유클리드 공간으로 근사하여 계산합니다. 각 뇌의 모양을 이 공간상의 점으로 치환하고, 그 안에서의 거리와 각도 개념을 적용해 평균을 산출하면 비로소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표준 모델이 완성됩니다. 이러한 기하학적 통계학은 과거에는 계산의 한계로 불가능했으나, 현대 컴퓨팅 기술의 발전 덕분에 최신 기하학 이론을 실생활에 응용하는 핵심 분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3차원 세상 역시 뇌가 수행하는 고차원 기하학적 연산의 결과물입니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각각 받아들이는 2차원 영상 정보를 뇌는 수평 선분의 쌍으로 인식하여 하나의 입체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합니다. 처음 접하면 매우 추상적이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논리적 과정이지만,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 왔기에 이를 본능적이고 당연한 실재로 받아들입니다. 결국 고차원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추상적인 데이터를 일상의 감각으로 변환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봇 팔의 정밀한 제어 원리에도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마디와 관절로 이루어진 로봇이 물체를 떨어뜨리지 않고 움직이려면 각 부분의 위치와 각도를 동시에 조절해야 합니다. 이때 수학자들은 각 마디를 개별적으로 계산하는 대신, 로봇 전체의 상태를 수만 차원 비유클리드 공간 속의 단 하나의 점으로 표현하여 다룹니다. 관절의 가동 범위나 물리적 제약이 곡률로 작용하는 이 복잡한 공간에서 점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방식은, 복잡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현대 제어 이론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야구 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몸을 던져 잡아내는 경이로운 동작은 뇌가 신체와 공의 정보를 하나의 고차원 비유클리드 공간으로 통합했기에 가능합니다. 뇌는 수많은 근육의 움직임과 공의 궤적을 따로 분리해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변수가 합쳐진 공간에서 단 하나의 점을 이동시키듯 전신을 조절합니다. 흔히 말하는 '물아일체'의 경지는 수학적으로 보면 분산된 데이터들이 하나의 고차원 비유클리드 공간상의 점으로 수렴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반복적인 연습은 뇌 속에 이러한 전용 기하학적 공간을 구축하여 복잡한 동작을 직관적인 한 점의 움직임으로 만듭니다. 기하학의 본질은 흩어져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융합하여 하나의 일관된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 있습니다. 복잡한 수식이나 추상적인 고차원 비유클리드 기하학 이론들은 결국 세상을 더 단순하고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고 운동을 수행하는 모든 순간에 이미 고차원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기하학은 단순히 상상력의 산물을 넘어, 인간의 인지 능력을 확장하고 복잡한 현실 세계를 하나의 질서 정연한 체계로 묶어주는 강력한 통합의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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