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수학과 생물학의 아름다운 만남, 수리생물학 (2) _ by김재경 | 2018 봄 카오스 강연 '모든 것의 수數다' 7강 | 7강 ②
우리 몸속에는 24시간 주기로 작동하는 정교한 생체 시계가 존재합니다. 이 시계의 핵심은 Period 단백질의 농도가 일정하게 오르내리는 진동 현상에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이는 음성 피드백 루프라는 과정을 통해 조절됩니다. 특정 단백질이 유전자를 활성화해 Period 단백질을 만들면, 생성된 Period 단백질이 다시 자신의 생산을 억제하며 농도를 낮추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순환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지속되며 몸 전체에 지금이 몇 시인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간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세포 내에는 수많은 음성 피드백 루프가 존재하지만, 모든 루프가 주기적인 진동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수학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분방정식을 세워 분석해 보면, 진동이 발생하기 위한 특정한 조건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 특정 물질들 사이의 비율이 대략 1:1의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아름다운 리듬이 형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생체 시계가 단순히 구조적 연결만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 요소들 사이의 정교한 양적 균형 위에서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수학적 모델로 도출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 쥐를 이용한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약물을 통해 특정 단백질의 양을 조절하며 관찰한 결과, 수학적으로 예측했던 1:1의 비율이 깨지는 순간 쥐의 행동 패턴은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규칙적으로 자고 깨던 쥐들이 무작위로 활동하기 시작하며 생체 시계가 고장 난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이 실험은 추상적인 수학 공식이 실제 생명체의 복잡한 행동 원리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으며, 수학과 생물학의 결합이 가진 힘을 증명해 냈습니다. 생체 시계의 또 다른 신비로운 특징은 온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주기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화학 반응은 온도가 10도 상승할 때 반응 속도가 두세 배 빨라지지만, 생체 시계는 이러한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만약 식물이나 곤충의 시계가 온도에 따라 변한다면 계절마다 생체 리듬이 파괴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온도 보상'이라 부르며,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도 생명체가 일정한 리듬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숨겨진 장치를 찾기 위해 지난 60년 동안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Period 단백질의 분해 과정에서 기존의 상식을 깨는 독특한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물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수함수 형태로 매끄럽게 분해되지만, 이 단백질은 마치 의자 모양처럼 급격히 떨어졌다가 평탄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분해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이한 분해 곡선은 기존 생물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와 같았습니다. 수학자들은 수백 가지의 미분방정식을 대입하는 시행착오 끝에 이 복복잡한 현상 이면에 숨겨진 원리를 밝혀내고 온도 보상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새로운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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