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복잡계과학이란 무엇일까 _ 김범준 교수_2강 | 2018 여름 카오스 마스터클래스 '물리' | 2강 ②
복잡성이라는 개념은 과학계에서 여전히 정의하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에너지나 엔트로피처럼 수식으로 명확히 정의되는 물리량을 선호하지만, 복잡성은 상황에 따라 인식론적 혹은 존재론적 의미로 나뉩니다. 20세기 후반에는 단순한 결정론적 시스템이 보여주는 복잡한 현상, 즉 카오스 이론이 주목받았습니다. 이는 초기 조건의 아주 미세한 차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걷잡을 수 없이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의미하며, 우리에게는 나비효과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카오스 이론의 핵심은 결정론과 예측 가능성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데 있습니다. 로렌츠 방정식처럼 완벽하게 결정된 수식이라 할지라도, 초기값을 무한한 정확도로 측정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에도 큰 교훈을 줍니다. 아무리 정교한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라 할지라도, 측정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미래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으며, 이는 과학이 가진 겸손한 한계를 인정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복잡한 현상 속에는 '자기 유사성'이라는 흥미로운 질서가 숨어 있습니다. 로버트 메이의 토끼 개체 수 모델이나 만델브로 집합에서 볼 수 있듯이, 전체의 구조가 부분의 구조와 닮아 있는 프랙탈 구조가 나타납니다. 이는 척도를 아무리 변화시켜도 그 본질적인 형태가 변하지 않는 '척도 불변성(Scale Invariance)'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아주 단순한 규칙에서 출발한 시스템이 무한히 반복되며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고 복잡한 기하학적 패턴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현대 과학이 탐구하는 가장 매혹적인 연구 주제 중 하나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복잡성의 의미는 시스템의 행동에서 구성 자체의 복잡함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복잡계는 수많은 구성 요소가 서로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개별 요소의 특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거시적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말처럼, 상호작용의 방식이 시스템 전체의 성질을 결정짓는 핵심이 됩니다. 이는 미시적인 티끌을 모아 거시적인 태산을 이해하려는 통계물리학의 시각이 사회 현상으로까지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개별 존재보다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통계물리학의 방법론을 인간 사회에 적용한 '사회물리학'은 집단적 행동의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지휘자 없이도 수많은 사람이 박수 소리를 하나로 맞추는 현상은 개개인의 특성보다는 상호작용을 통한 조율의 결과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집단 지성과 창발적 현상을 연구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기초 과학을 통해 다져진 논리적 사고는 시대가 변해도 다양한 학문 분야와 융합하여 세상을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며,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네트워크 과학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연결망을 분석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밀그램의 실험으로 알려진 '6단계 분리 법칙'은 70억 인구가 사는 세상이 생각보다 좁다는 '좁은 세상 효과'를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인구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연결의 특성 때문입니다. 오일러의 한붓그리기 문제에서 시작된 그래프 이론은 이제 인터넷의 구조, 남녀 관계의 패턴, 전염병의 확산 경로를 파악하는 등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수학적 모델로 발전하였습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정치적 성향이나 법안 발의 현황을 분석하는 등 네트워크 과학의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공동 발의 관계를 분석하면 정당 정치의 역학 관계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으며,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효율적인 백신 배포 전략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대한 데이터를 단순히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이를 논리적으로 꿰어 보배로 만드는 통찰력입니다. 복잡한 세상을 관통하는 단순한 질서를 찾는 여정은 과학의 경계를 넘어 우리 삶의 지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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