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의료에 쓰여야 하는 이유? ㅣ 김휘영교수(연세대학교) [토요과학강연#1-3부]
현대 의료는 정밀 의료 시대로 접어들며 의사가 고려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몇 가지 증상과 혈액 검사 결과만으로 진단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유전체와 단백체 정보 등 수천 가지 이상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짧은 진료 시간 내에 인간의 두뇌로 이 모든 데이터를 계산하여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이 복잡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분석함으로써 의사의 의사결정을 돕는 필수적인 도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의료 인공지능의 성능이 단순히 병을 잘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최근 학계에서는 인공지능의 판독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예후를 개선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작은 병변을 잘 발견하더라도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까지 과잉 진단하게 되면 의료 자원의 낭비와 환자의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유효성은 기술적 정확도를 넘어 환자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결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안과 질환 진단의 경우, 인공지능은 단일 검사만으로도 전문의가 여러 단계의 정밀 검사를 거친 것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구현해 냈습니다. 이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와 검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며 의료 기관의 인력 부족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됩니다. 정확한 진단에 기반한 자원의 최적 배분은 현대 의료가 직면한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됩니다. 팬데믹 상황이나 응급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환자가 향후 중증으로 악화할지 여부를 미리 예측함으로써 한정된 병상을 효율적으로 배정할 수 있게 돕습니다. 또한 격리 중인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인공지능 상담원이 증상을 체크하여 위험 상황을 사전에 알리는 시스템도 이미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현재의 상태를 진단하는 것에서 나아가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예방적 차원의 의료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면역 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거나 복잡한 심장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분석하는 등 인공지능은 정밀 치료의 핵심 동력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 덕분에 고품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결코 의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사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입니다.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이 기술은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의료를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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