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의사들에게 필요할까요? ㅣ 김휘영교수(연세대학교) [토요과학강연#1-1부]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을 때, 인공지능의 잠재력은 바둑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전문 분야로 뻗어 나갔습니다. 그중에서도 의료 분야는 가장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난 곳 중 하나입니다. 구글의 공학자가 저명한 의학 저널인 'JAMA'에 안구 영상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공학적 지식이 의료 현장에서 혁신을 이끌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복잡한 신경망 기술은 이제 단순한 계산을 넘어 사람의 눈으로 파악하기 힘든 미세한 병변까지 포착해내는 정밀함으로 무장하여 현대 의학의 새로운 동반자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의료 영상 분석에서 인공지능의 우수성은 흔히 민감도와 특이도라는 두 가지 지표를 통해 입증됩니다. 민감도는 병이 있는 상태를 얼마나 정확히 맞히느냐를 의미하고, 특이도는 정상 상태를 올바르게 판별해내는 능력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도 이 두 지표를 동시에 극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편견이 없는 인공지능은 데이터 학습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줍니다. 이는 영상의학과에서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암 진단을 수행할 때 의사에게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하며 진단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보조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전문가의 판단을 보완하는 핵심적 존재가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 현장에서도 '닥터앤서'와 같은 국가 연구 과제를 통해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한 주요 의료기관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폐렴, 결핵, 암 등을 조기에 판독하고 있으며,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심정지와 같은 응급 상황을 미리 예측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의료진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실제 생명을 구하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피부암을 식별하거나 심전도를 측정하는 방식도 점차 일상화되면서 의료 인공지능은 병원 문턱을 넘어 우리 삶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한때는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의사가 그렇지 못한 의사를 대체하는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의과대학에서는 예비 의사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원리와 활용법을 교육하는 과정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숙련된 의사의 노하우를 빠르게 학습하여 저년차 의사들의 진료 수준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수술 로봇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나 자동화 기술을 통해 수술의 안정성까지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연구에 따르면 비둘기나 탐지견도 특정한 질환을 매우 높은 확률로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비둘기가 유방암 조직을 90% 이상의 정답률로 맞히고, 개가 소변 냄새로 전립선암을 찾아내는 결과는 기술적 정확도만이 의료의 전부가 아님을 역설합니다. 높은 정확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비둘기나 인공지능에게 모든 진료를 맡기지 않는 이유는 의료 행위에 수반되는 책임과 윤리, 그리고 인간적인 소통의 부재 때문일 것입니다. 미래의 의료 환경은 인공지능이 차가운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고, 의사는 이를 바탕으로 환자와 따뜻한 교감을 나누며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협력 모델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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