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모기와의 전쟁_과학기술을 둘러싼 통념깨기ㅣ강양구 작가 [달작한사이언스_5월 : 과학의 품격]
우리는 흔히 과학을 객관적인 데이터와 복잡한 수식의 집합체로만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과학의 가치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이 우리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품격 있는 사회가 품격 있는 과학을 낳고, 그러한 과학이 다시 사회를 발전시키는 선순환의 핵심에는 언제나 깨어 있는 시민들이 존재합니다. 과학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곧 우리 사회의 내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자극제가 되는 것입니다. 20세기 중반, 인류는 합성 살충제인 DDT의 등장으로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실제로 인도는 DDT 살포를 통해 7,500만 명에 달하던 말라리아 환자를 불과 몇 년 만에 5만 명 수준으로 급격히 줄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공로로 DDT 개발자인 파울 뮐러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첨단 과학 기술은 모든 질병과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마법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승리는 영원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모기는 강력한 내성을 갖게 되었고, 줄어들었던 감염병 환자 수는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강한 살충제를 개발해 대응하려 했으나, 이는 오히려 새와 작은 포유류, 나아가 인간과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재앙을 초래했습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이 펴낸 『침묵의 봄』은 이러한 현대 과학의 맹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인간의 편익을 위한 기술이 자연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보건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가장 실효성 있는 감염병 예방 수단은 최첨단 화학 물질이 아닌 '모기장'입니다. 모기장의 역사는 최소 2,500년 전 고대 이집트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밤마다 그물을 뒤집어쓰고 잠으로써 모기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했습니다. 수천 년의 시간을 견디며 검증된 이 소박한 도구가,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현대의 발명품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인류를 지켜주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열쇠가 반드시 '최신'이나 '첨단'이라는 수식어 뒤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지혜와 오래된 기술이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품격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 기술을 맹목적으로 신봉하기보다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성찰이야말로,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과학의 품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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