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의 받아올림ㅣ아르키메데스, 헨젤, 뇌터ㅣ김도형(서울대학교)[토요과학강연#13-2부]
쿠르트 헨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하며 수 체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수학자입니다. 그는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익숙하게 사용해 온 '받아올림'이라는 개념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보통 우리는 10이 넘어가면 윗자리로 숫자를 올리는 방식에 익숙하지만, 헨젤은 이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기존의 아라비아 숫자 표기법과는 다른 독창적인 p-진수 체계를 제안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계산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수의 본질적인 구조를 탐구하기 위한 수학적 도약의 시작점이었습니다. p-진수 체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숫자의 크기를 정의하는 방식과 그 표기 방향입니다. 일반적인 소수점 표기에서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값이 작아지지만, 헨젤은 특정 소수 p를 기준으로 하여 p로 많이 나누어떨어질수록 그 수를 '작은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예를 들어 5-진수를 기준으로 할 때, 5의 제곱이나 세제곱으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무한소에 가까워진다고 보는 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숫자를 오른쪽으로 무한히 늘어놓는 독특한 표기법을 낳았으며, 이는 수의 크기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체계를 흔히 '비아르키메데스 수 체계'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실수의 세계에서는 아무리 작은 수라도 계속 더하다 보면 어떤 큰 수보다 커진다는 '아르키메데스 원리'가 성립하지만, 헨젤의 세계에서는 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일상적으로 크다고 느껴지는 숫자가 특정 소수의 거듭제곱 형태라면 오히려 아주 미세한 양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설적인 구조는 제논의 역설처럼 우리의 직관과는 충돌할 수 있지만, 논리적으로는 매우 정교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현대 수학의 핵심적인 연구 대상이 되었습니다. 헨젤의 연구는 대수학적 관점에서도 매우 놀라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실수 범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음수의 제곱근'이 특정 p-진수 체계 안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p가 17인 체계에서는 허수 단위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 수가 존재할 수 있는데, 이는 복소수 평면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수의 범위를 확장한 결과입니다. 또한 0이 아닌 두 수를 곱했을 때 0이 되는 원소가 등장하는 등, 기존의 수 체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대수적 성질들이 나타나며 수학자들에게 새로운 탐구의 도구를 제공했습니다. 결국 헨젤의 기여는 수론이라는 국한된 분야를 넘어 현대 대수학이라는 거대한 학문적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가 제안한 비아르키메데스적 관점은 현대 물리학의 이론적 토대와 비교될 만큼 수학의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실용적인 계산보다는 수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도구로서의 가치가 컸던 그의 이론은, 오늘날 대수적 수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기초가 되었습니다. 고전적 수학을 넘어 현대적인 대수학의 시대를 연 헨젤의 업적은 수의 세계를 바라보는 인류의 시야를 한층 더 넓혀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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