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필 사이언스 강연 '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
자동차는 약 130년의 역사를 거치며 안전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과거의 안전장치가 사고 발생 시 충격을 완화하는 안전띠나 에어백 같은 수동형 안전 기술이었다면, 오늘날은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능동형 안전 기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운전자의 음주 상태를 센서가 감지해 시동을 차단하거나, 눈동자의 떨림과 맥박을 측정해 피로도를 파악하는 기술이 실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방 차원의 기술은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도로 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전 세계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환경 보호와 기후 위기 대응 때문입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과 매연은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합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하며, 국제 사회는 이를 규제하기 위해 내연기관차의 단계적 퇴출을 약속했습니다. 전기차는 주행 중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수력 발전 비중이 높은 노르웨이는 가장 빠르게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깨끗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한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 밀도 속에서 화력과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 믹스를 관리하며 수출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구조 개편과 효율적인 무공해차 보급 정책이 조화롭게 병행되어야 합니다. 미래 모빌리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라스트 마일'을 책임지는 전동 킥보드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PM)는 자동차 트렁크 안에서 자동으로 충전되며 목적지까지의 마지막 빈틈을 메워줍니다. 또한 전기차에 저장된 에너지를 외부 전력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는 V2L 기술은 캠핑장이나 야외에서 가전제품을 구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동차를 움직이는 거주 공간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이동의 효율성을 넘어 우리의 일상 경험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진보입니다.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와 함께 미래 무공해차의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하는 방식 대신,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유일한 물질은 깨끗한 물뿐이기에 수소전기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광주를 비롯한 주요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수소 인프라 보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 에너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핵심 전략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현재의 레벨 2 단계를 넘어 레벨 4가 본격적으로 실현되면,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차량이 알아서 주차하고 충전하는 '자율 발레 파킹' 기능은 물론, 주인이 차를 쓰지 않는 시간에 스스로 손님을 태워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까지 제시되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해야 하며, 센서 기술과 정보 통신망의 융합을 통해 더욱 정교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모빌리티의 미래는 이제 지상을 넘어 하늘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는 교통 체증이 심한 대도시에서 수직 이착륙장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혁신적인 수단입니다. 드론 형태의 유인 비행체는 소음이 적고 친환경적이며, 장시간 소요되던 도심 구간을 단 몇 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처럼 자동차가 IT 기술과 만나 '달리는 스마트 기기'가 되고, 로봇과 비행체가 결합하는 기술적 변화는 우리의 생활 반경과 시간의 가치를 혁신할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기술과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