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필 사이언스 강연 -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구할 에너지는?
현대 과학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많은 노벨 과학상을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긴 근대 과학의 역사와 더불어 과학을 지지하는 국민적인 문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6·25 전쟁 이후의 짧은 역사를 극복하고 과학에 대한 열정과 지지를 보낼 때입니다. 미래 세대가 과학의 가치를 깨닫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우리나라의 과학 위상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곰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구가 온실가스라는 두꺼운 담요를 덮게 되면서 온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폭염과 홍수 같은 기상 이변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의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만약 이 임계점을 넘어서게 된다면 생태계의 30%가 멸종하고 사막화가 가속화되는 등 인류의 생존 자체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열쇠는 탄소 중립에 있습니다. 이는 배출되는 탄소의 양만큼을 흡수하거나 제거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의 70% 이상이 화석 연료 사용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탄소를 아예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의 문제를 넘어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습니다. 자연이 주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탄소 배출이 없는 착한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태양광은 밤이나 기상 악화 시 발전이 어렵고, 풍력은 바람의 품질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등 지리적, 환경적 제약이 따릅니다. 우리나라는 지형적 특성상 수력 발전의 비중을 높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에너지원들은 매우 환경친화적이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다른 보조적인 에너지원과의 조화로운 운영 시스템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원자력은 적은 양의 연료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고효율 에너지원입니다. 손톱만 한 우라늄 펠릿 하나가 석탄 1톤에 맞먹는 에너지를 내며,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5중 방호벽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안전성이 매우 높습니다.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다중 안전장치는 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며, 외부의 강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미래 에너지 시장의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입니다. 이는 기존 대형 원전보다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여 안전성을 높였으며, 전력 생산 외에도 수소 생산과 열 공급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 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 기술은 바닷물을 원료로 사용하여 무한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꿈의 기술입니다. 비록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혁신 기술들은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입니다.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는 지능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뜨거운 열정과 끈기입니다. 하나의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우물을 파는 집념이 있어야만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실패란 오직 포기할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미래의 주역들이 엉덩이의 힘으로 버티며 끝까지 도전한다면, 기후 위기 극복은 물론 대한민국의 과학 기술은 세계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