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고 나타나는 현상, 주마등의 미스테리를 과학으로 밝힌다 | 데일리쿠키
주마등은 죽음을 직전에 둔 인간이 살아생전의 기억을 찰나의 순간에 마주하는 신비로운 현상을 의미합니다. 영미권에서는 이를 '라이프 리뷰'라고 부르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임사체험을 한 이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증언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초자연적인 영역이나 개인적인 착각으로 치부되기도 했던 이 현상이 최근 뇌과학의 영역에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5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된 한 논문은 혼수상태 환자들의 뇌파 변화를 통해 이 미스터리한 현상의 실체를 밝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시간 대학의 신경과학자 보르지긴 교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과거의 관습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심정지와 호흡 중단을 죽음의 확정적 징후로 여겨왔으나, 보르지긴 교수는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죽음에 대한 생물학적 정의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2013년 수행된 실험에서 쥐의 심정지 뒤에도 약 30초 동안 뇌에 의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의학적으로 사망 판정이 내려진 순간에도 생명의 불꽃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연구팀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뇌파 전위 기록술(EEG)을 실시하여,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시점부터 심정지에 이르기까지의 뇌파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했습니다. 분석 결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직후 두 명의 환자 뇌에서 매우 강렬하고 주기적인 고주파 신호인 베타파와 감마파가 감지되었습니다. 감마파는 일반적으로 고도의 집중력이나 집중된 사고, 혹은 위기 상황에서 정보를 통합하여 인지하는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뇌파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이러한 강력한 신호가 포착된 것은 주마등이 뇌의 구체적인 활동 결과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임사체험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뇌과학과 의식의 영역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합니다. 모든 환자가 주마등이나 유체이탈을 경험하지 않는 것처럼, 조사 대상 중 일부에게서만 감마파 신호가 나타난 점은 오히려 현상의 특수성을 뒷받침합니다. 샬럿 마셜 박사는 이러한 뇌의 폭발적인 활동을 산소 결핍에 대응하는 일종의 생존 기제로 설명합니다. 뇌 기능이 멈춰가는 극한 상황에서 뇌가 소생을 위해 특정 부위를 강렬하게 자극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뇌파가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주마등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주마등이라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수치로 분석해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는 매우 큽니다. 비록 적은 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한 초기 단계의 연구이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으로만 여겨졌던 사후 세계나 임사체험의 비밀을 풀어낼 중요한 열쇠를 찾은 셈입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의료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데이터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고, 죽음의 목전에서 인간의 뇌가 겪는 변화를 더욱 면밀히 규명할 계획입니다. 과학은 이제 죽음이라는 거대한 장벽 너머에서 일어나는 마지막 생명 활동의 흔적을 쫓으며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