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수학으로 바라본 대칭 정복기 1_by 이승재 / 2024 봄 카오스강연 '세상에 나쁜 수학은 없다' 1강 첫 번째 이야기 | 1강 ①
많은 이들이 수학을 막연한 두려움이나 적개심의 대상으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수학자들 역시 수학이 무섭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존재라고 고백합니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느냐가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모두가 '수포자'와 같은 심정을 공유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공감대는 수학이 단순히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좌절을 견디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얻는 아주 드문 희열을 동력으로 삼는 인간적인 학문임을 보여줍니다. 수학자에 대한 고정관념 중 하나는 그들이 오직 문제 풀이에만 몰두하는 괴짜 천재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실제 수학자들은 테니스나 게임을 즐기고, 장르를 가리지 않는 독서광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프로게이머를 꿈꿨을 만큼 평범한 취미에 진심을 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차가운 수식의 나열이 아니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산물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대수학은 흔히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 '숫자를 대신한다'는 단순한 원리에서 시작됩니다.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x, y와 같은 문자로 단순화하여 표현하는 것이 대수학의 핵심입니다. 역사적으로 방정식은 땅의 넓이를 재거나 건물을 짓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금융과 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 복리 계산과 같은 더 높은 차원의 방정식이 필요해졌고, 이는 수학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수 세기 동안 수학자들은 이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처럼 5차 이상의 고차 방정식에서도 일반적인 해법을 찾고자 분투했습니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아벨과 프랑스의 갈루아라는 두 젊은 천재는 5차 이상의 방정식에는 근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식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수학적 구조상 불가능함을 밝혀낸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들의 발견은 인류가 2,000년 동안 품어온 질문에 종지부를 찍으며 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갈루아는 고차 방정식의 해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군론(Group Theory)'이라는 새로운 수학적 언어를 창조했습니다. 그는 방정식의 근들이 가진 대칭성과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에 접근했습니다. 군론은 단순히 계산을 넘어 추상적인 구조를 다루는 현대 대수학의 시초가 되었으며, 오늘날 물리학과 암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질서를 수식으로 포착하려 했던 젊은 수학자의 열정은 현대 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위대한 유산이 되었습니다. 한국 수학계의 선구자인 이임학 교수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세계적인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독학으로 최신 수학 잡지를 탐독하며 당시의 난제들을 해결했고, 한국인 최초로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특히 군론 분야에서 그가 발견한 '리 군(Ree Group)'은 현대 수학의 중요한 성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정식 대학원 교육조차 받기 어려웠던 시절, 오로지 학문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선 그의 삶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이임학 교수의 생애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 맞닿아 있습니다. 냉전 시대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국적을 박탈당하고 캐나다에서 무국적자로 살아야 했던 시련 속에서도 그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후학들을 위해 교재를 번역하며 한국 수학의 기틀을 닦는 데 헌신했습니다. 세계가 인정한 천재였으나 조국에서는 오랫동안 잊혔던 그의 이야기는, 진리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시대의 아픔을 어떻게 초월할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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