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생명체의 탄생 (1) _ 노정혜 교수 | 2017 봄 카오스 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1강 | 1강 ①
분자생물학은 생명 현상을 구성하는 분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생명체라고 부르는 유기체는 무생물과 구분되는 몇 가지 핵심적인 특징을 공유합니다. 단순히 숨을 쉬거나 자라는 외형적 변화를 넘어, 생물학적으로는 유전과 증식, 대사, 환경에 대한 반응, 그리고 진화라는 네 가지 요소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모두 갖춘 가장 작은 단위가 바로 세포이며, 단세포 생물인 세균은 그 자체로 완벽한 생명체의 조건을 충족합니다. 반면 바이러스는 스스로 대사할 수 없어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만 증식할 수 있기에 완전한 생명체로 보기 어렵습니다. 생명의 기원을 찾는 과정은 결국 우리 모두의 조상을 찾아가는 거대한 족보 탐구와 같습니다. 과거에는 기록이나 유물에 의존해 뿌리를 찾았지만, 현대 과학은 DNA 염기서열 분석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사용합니다. 세포 핵 속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는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이라는 네 가지 염기의 배열을 통해 방대한 유전 정보를 저장합니다. 이 서열을 비교하면 친자 확인은 물론,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약 50만 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사실까지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모든 생명체로 확장될 수 있는 원리입니다. 찰스 다윈은 모든 생명체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가지를 치며 변해왔다는 진화의 개념을 체계화했습니다. 생물 종 사이의 연관성은 공통으로 가진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나타내는 '상동성'을 통해 측정됩니다. 예를 들어 사람과 원숭이, 쥐, 물고기의 유전자를 비교하면 그 유사도에 따라 유연관계의 거리를 숫자로 산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도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물 간의 계통을 나무 모양으로 시각화한 것이 바로 '계통수'입니다. 계통수는 생명체들이 서로 얼마나 가까운 친척인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갈라져 나왔는지를 보여주는 유전적 지도가 됩니다. 현대 미생물학자 칼 워즈는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리보솜 RNA 서열을 분석하여 생명의 계통도를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과거에는 생물을 단순히 동물과 식물, 혹은 다섯 가지 계로 분류했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세균, 고균, 진핵생물이라는 세 개의 거대한 도메인으로 나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고균은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며, 진핵생물 내부의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 역시 과거 특정 세균과의 공생에서 비롯되었음을 유전자 서열의 유사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생명의 분류 체계가 외형이 아닌 유전적 뿌리에 근거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생명의 계통수에서 가장 뿌리에 해당하는 지점에는 모든 생명체의 최후 공통 조상인 '루카(LUCA)'가 존재합니다. 루카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공통된 기점이 되는 존재로, 약 35억 년보다 훨씬 더 이전에 출현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계통수에 화석 기록과 돌연변이 속도를 결합하면 시간의 개념이 더해진 정교한 생명의 역사가 완성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곰팡이가 약 15억 년 전에 갈라졌다는 사실 등을 알 수 있으며, 지구 탄생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 온 생명 탄생의 경이로운 여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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