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새로운 kg은 어떻게 정의되는걸까? - SI단위계 Part 1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는 어른들이 숫자를 좋아한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는 본질을 보기보다 나이, 몸무게, 소득 같은 수치화된 정보를 통해 대상을 이해하곤 합니다. 이러한 '측정'이라는 행위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규정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정형화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추상적인 개념들도 숫자를 만나면서 비로소 명확한 실체를 얻게 됩니다. 인류가 수치화된 측정을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의 근간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과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16세기 과학 혁명 이후 측정은 신뢰성과 정밀성을 확보하는 핵심적 행위로 부각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려면 기준이 되는 'SI 기본 단위'가 필요합니다. 길이의 단위인 미터(m)는 과거 금속 원기를 사용했으나 환경 변화에 따른 오차를 극복하기 위해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재정의되었습니다. 시간의 단위인 초(s) 또한 지구 자전의 불규칙성을 보완하고자 세슘 원자의 진동수를 기준으로 삼아 매우 정교하게 재정의되었습니다. 이처럼 인류는 변하지 않는 자연 법칙을 단위의 새로운 기준으로 확립해 왔습니다. 시간과 길이 단위가 자연의 상수를 기반으로 재정의되는 동안,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kg)은 오랫동안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인공 원기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이 금속 원기는 보관 상태가 철저하더라도 미세하게 질량이 변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미세한 오차가 첨단 과학 기술과 정밀 산업에서는 거대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과학계는 변하지 않는 절대적 상수인 플랑크 상수를 이용하여 킬로그램을 새롭게 재정의하기 위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킬로그램의 재정의를 가능하게 만든 핵심 장치는 바로 영국의 과학자 브라이언 키블이 고안한 '키블 저울'입니다. 기존의 저울이 양쪽에 질량을 올려 평형을 맞춘다면, 키블 저울은 전자기력과 중력을 비교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 장치는 코일에 흐르는 전류를 이용해 전자기력을 만드는 웨잉 모드와 코일을 움직여 유도 기전력을 측정하는 무빙 모드로 구동됩니다. 이를 통해 역학적 일률과 전기적 일률을 정밀하게 비교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조지프슨 효과와 양자 홀 효과를 적용해 플랑크 상수의 값을 매우 정밀하게 유도해 낼 수 있습니다. 킬로그램의 재정의가 당장 우리의 일상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마트에서 사는 물건의 무게나 개인의 몸무게가 변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초미세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의 영역이나 정밀 반도체 공정 같은 첨단 과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기준의 미세한 변화가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됩니다. 변하지 않는 절대 상수를 기반으로 측정의 기준을 바로 세운 것은, 인류의 순수 과학과 응용 과학이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깊은 역사적 의의를 지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