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세계를 조종하여 할 수 있는 경이로운 것들 | 과학쿠키 다큐 단편
19세기 기체의 성질에서 출발한 원자의 발견은 인류가 물질의 근원을 탐색하는 위대한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존 돌턴의 원자설을 시작으로 볼츠만과 페랭 등의 연구를 거치며 원자의 존재가 마침내 증명되었고, 이후 과학자들은 원자보다 훨씬 더 작은 핵과 전자의 존재까지 차례로 밝혀냈습니다. 이처럼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규명하기 위해 가장 미세한 기본 입자를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현대의 입자물리학이며, 이는 인류 지성의 한계를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를 관측하기 위해서 인류는 가속기라는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입자 가속기는 전하를 띤 입자에 전기에너지를 가해 운동에너지를 높여주는 장치입니다. 가속된 입자가 가지는 에너지 수준에 따라 활용법도 달라지는데, 수 킬로일렉트론볼트 수준에서는 나노 가공이나 반도체 도핑에 쓰이고, 메가 및 기가일렉트론볼트 수준에 도달하면 원자핵을 변화시켜 새로운 인공 원소를 만들거나 원자핵 자체를 부수어 물질의 근원을 탐구할 수 있게 됩니다. 입자 가속기는 구동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됩니다. 일직선상에서 전기장을 순차적으로 가해 가속하는 선형 가속기는 초창기 형태이지만 에너지 증가에 따라 장치의 크기가 무한히 커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형의 궤도를 활용하는 사이클로트론이 고안되었으며, 나아가 입자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서 발생하는 질량 증가 효과를 극복하고 전기적 동기화를 맞추어 한계를 뛰어넘은 장치가 오늘날 거대 연구 시설에서 주로 쓰이는 싱크로트론입니다. 우리나라 입자 가속기 분야의 개척자인 채종서 교수는 과거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중성자 치료용 가속기를 국산화하기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수많은 고장과 기술적 난관 속에서 쌓아 올린 끈기 있는 유지보수 경험은 결국 독자적인 사이클로트론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치열한 노력 끝에 탄생한 국내 최초의 의료용 입자 가속기인 키람스-13(KIRAMS-13)은 고가의 수입 장비를 대체하며 국내 다수의 대학병원에 성공적으로 보급되었고 해외 수출의 쾌거까지 달성했습니다. 가속기 기술은 질병 진단을 위한 방사성 의약품 생산뿐만 아니라, 초전도 자석을 활용한 암 치료용 소형 양성자 치료기 개발로 이어지며 인류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채종서 교수는 토륨을 연료로 사용하는 안전한 차세대 가속기 구동 원자로 연구를 최종 목표로 삼고 계십니다. 전원을 끄면 핵분열 반응이 즉각 중단되어 사고 위험이 없는 안전한 원자력 발전소의 실현은 가속기 기술이 인류의 안전과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