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종교와 예술의 기원 (2) - What is Homo - Homo Pingens 그림 그리는 인간 _ 배철현 교수 |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8강 | 8강 ②
고대 바빌론의 신화 '에누마 엘리시'는 신들의 노역을 대신하기 위해 인간이 창조되었다고 전합니다. 흥미롭게도 히브리어로 인간을 뜻하는 '아담'은 황토를 의미하는 '아다마'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인간의 본질이 결국 흙으로 돌아갈 연약한 존재임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단순히 흙에 머물지 않고,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안트로포스'로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해 왔습니다. 인류 진화의 결정적 순간은 '호모 에렉투스'가 허리를 펴고 직립 보행을 시작했을 때입니다. 나무에서 내려온 인간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파노라마 뷰 대신, 목표에 집중하는 프런털 뷰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각적 변화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상상하는 능력을 발달시켰습니다. 깊이 있게 집중하고 인내하며 대상을 바라보는 행위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종교와 예술의 핵심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불을 사용하고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급격히 커졌습니다. 특히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와 이성을 담당하는 신피질의 발달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특징이 되었습니다. 뇌간이 관장하는 생존 본능인 '4F(Feeding, Fighting, Fleeing, Fornication)'를 넘어, 인간은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고 의지하는 사회적 능력을 키웠습니다. 이러한 사회성은 인류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과 달리, 최근의 진화생물학은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그룹 선택'의 중요성에 주목합니다. 소록도의 수녀들이나 알베르트 슈바이처처럼 타인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는 삶은 인간에게 이타적 유전자가 존재함을 증명합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논리는 생존의 한 단면일 뿐, 진정한 인간다움은 나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고통을 나누는 이타심에서 비롯됩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매우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 오랜 기간 부모의 보살핌을 필요로 합니다. 히브리어로 자궁을 뜻하는 '레헴'이 자비와 공감을 의미하는 '컴패션'의 어원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컴패션은 상대방이 아플 때 나도 함께 아픔을 느끼는 최고의 능력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을 영적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고대 문명들은 우주에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집트의 '마트', 인도의 '르따', 동양의 '도'는 모두 인간이 따라야 할 보편적인 원칙을 의미합니다. 예술을 뜻하는 '아트(Art)' 역시 우주의 질서에 맞게 사물을 배열한다는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예술이란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질서에 자신을 맞추어가는 숭고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만 년 전 유럽의 동굴 깊은 곳에 그림을 남긴 '호모 핀겐스'는 예술을 통해 초월적 세계와 소통하고자 했습니다. 알타미라와 쇼베 동굴의 벽화들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우주의 질서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던 의례의 흔적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벽화를 그렸던 고대인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왜 여전히 예술과 인문학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묻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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