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과학] AI : 허락하시면 사람이 될게요! | 카오스 첨단기술 시리즈(8)
영화 'A.I.'의 소년 데이비드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인공지능의 슬픈 운명을 보여줍니다. 앨런 튜링은 이미 1948년에 사람들이 기계의 지능을 거부하는 이유를 명확히 짚어냈습니다. 인간의 능력이 위협받는 것에 대한 불쾌감과 종교적 신념이 그 원인이었죠. 튜링은 기계가 지능을 가졌는지를 따지기보다, 인간이 기계와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지를 묻는 '튜링 테스트'를 제안하며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는 지능의 정의보다 실질적인 소통의 가능성에 주목한 획기적인 시도였습니다. 튜링은 자신의 테스트를 '이미테이션 게임'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계의 성능을 시험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설정한 '인간다움'의 경계가 얼마나 자의적인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튜링이 겪은 비극은 그가 정해진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가 인간의 범주에서 소외되었듯, 튜링 역시 인간성이란 이름의 성역에서 추방당하며 존재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해야 했습니다. 결국 인간이 그은 경계가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1966년 등장한 최초의 상담용 AI '일라이자'는 언어적 모방을 통해 인간을 속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이름은 희곡 '피그말리온'의 여주인공에서 따온 것으로, 말씨를 바꿔 신분을 속이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일라이자의 단순한 답변에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며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일라이자 효과'라고 부르는데, 이는 인간이 기계의 행동에서 끊임없이 인간성을 찾으려 하며, 때로는 기계의 반응을 진심 어린 공감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일라이자 이후에는 공격적인 대화가 가능한 '페리'라는 AI가 등장하여 정신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높은 통과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웹사이트에서 왜곡된 문자를 입력하는 '캡차(CAPTCHA)'를 통해 매일 튜링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계가 인간임을 증명하려 했다면, 이제는 인간이 자신이 기계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70년 전 튜링의 제안이 오늘날에는 인간과 기계를 가르는 일상의 방어막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현대의 챗봇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적인 답변을 내놓으며 점점 더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동설과 진화론이 인간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듯, AI 역시 '인간다움'이라는 마지막 보루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계와의 대결이 아니라, 그 기계를 만드는 주체 또한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이제는 인간다움의 경계를 고집하기보다,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더 유연하고 포용적인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이 자신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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