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기억 찾기 (3) 패널토의 | 2016 봄 카오스 강연 '뇌 - Brain' 3강 | 3강 ③
트라우마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피하고 싶은 불쾌한 경험이 기억으로 남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 특정 기억만을 선택적으로 지우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연구는 이미 동물 실험 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정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엔그램)만을 골라내어 억제함으로써 원하지 않는 공포 기억을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심각한 사고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는 단순히 기억을 망각하는 것을 넘어 고통스러운 과거로부터 개인을 자유롭게 하는 의학적 진보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억을 단순히 지우는 것을 넘어, 그 내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형시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보상과 연결하여 간직하고 싶은 기억으로 전환하는 방식인데, 이는 일종의 '허구 기억'을 생성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인간에게 적용될 때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억은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술적 가능성과는 별개로, 기억의 수정과 삭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엄격한 윤리적 기준 마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그 적용 범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ia)'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일종의 뇌 기능 이상으로 인한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의 뇌를 조사해 보면 기억을 담당하는 측두엽과 습관, 강박에 관여하는 미상핵이 일반인보다 비대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반추하는 강박적인 사고에 시달리거나, 세부 사항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추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고차원적 인지 능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기도 합니다. 결국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축복이라기보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과부하 상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억력이 남다른 이들 중에는 감각 처리가 독특한 '공감각'을 가진 사례도 보고됩니다. 소리를 들을 때 동시에 특정 맛을 느끼거나 시각적 섬광을 경험하는 식인데, 이러한 강렬하고 복합적인 감각 경험이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저장하는 데 기여합니다. 비록 현대 과학으로 그 정확한 기전을 완벽히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감각 경로가 섞이면서 발생하는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기억이 단순한 정보 저장을 넘어 얼마나 복잡한 신경망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독특한 감각의 결합은 인간의 인지 세계가 얼마나 다채롭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일상에서 기억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정서적인 자극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강렬한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의 변화를 촉진하여 기억이 더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돕습니다. 이를 '시냅스 태깅' 현상이라고 하는데, 중요하지 않은 정보라도 정서적 고양 상태에서 입력되면 뇌가 이를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여 장기 기억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즐거움이나 호기심 같은 감정을 개입시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매우 타당한 전략이며,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배우고 기억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촉매제와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은 시냅스 가소성이 점차 탄력을 잃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신경망이 매우 유연하여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지만, 성인이 되면 단백질 합성 효율이 떨어지고 신호 전달 체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기억의 효율이 낮아집니다. 그러나 모든 인지 기능이 동시에 퇴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 암기 능력은 줄어들 수 있어도 언어 사용 능력이나 암묵적 기억은 노년기까지 비교적 잘 유지됩니다. 또한 반복 학습이나 정보 간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요령을 통해 이러한 생리적 퇴화를 보충할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열려 있으며, 끊임없는 학습은 뇌의 활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기억이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공고화'라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에는 반드시 새로운 단백질 합성이 수반되어야 하며, 해마에 잠시 머물던 정보가 신피질이라는 안전한 저장소로 이동해야 비로소 오래 지속되는 기억이 됩니다. 벼락치기 공부가 금방 잊히는 이유는 정보가 신피질로 넘어가지 못하고 해마에만 머물다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보를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반복을 통해 뇌가 정보를 단단하게 굳힐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진정한 학습의 완성은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깊이 있게 내면화하고 공고히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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