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6000m, 우주만큼이나 혹독한 심해 탐사를 위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가혹한 환경 중 하나인 심해는 단 한 줄기의 빛도 닿지 않는 어둠과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수압이 지배하는 공간입니다. 해저 6,000미터의 압력은 금성의 약 여섯 배에 달하며, 이는 거대한 군함 두 척을 단 한 평의 면적에 올려놓은 것과 같은 무게입니다. 이러한 극한의 환경에 인간이 직접 들어가 탐사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목숨을 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입니다. 실제로 심해 잠수정을 개발하고 직접 조종하는 과정에서는 아주 작은 시스템 오류만으로도 생명을 위협받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인류는 직접 심해에 발을 들이는 대신, 가혹한 조건 속에서 인간의 눈과 손이 되어 임무를 수행할 혁신적인 로봇 기술 개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대신해 심해를 탐사하는 무인잠수정은 크게 유선과 무선 방식으로 나뉩니다. 전원 공급과 데이터 송수신을 담당하는 케이블로 연결된 원격조종잠수정(ROV)은 파일럿이 실시간으로 조종하며 정밀한 작업을 수행합니다. 반면 케이블 없이 자체 배터리와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하여 자율적으로 해저를 탐사하는 자율무인잠수정(AUV)이라 불립니다. 전 세계 바다의 약 97퍼센트를 커버할 수 있는 6,000미터 수심을 탐사 기준으로 삼는 무인잠수정 기술은 해양 영토의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복잡한 수중 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고도의 설계 기술과 자율 제어 시스템이 요구되는 무인잠수정은 현대 해양과학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무인잠수정 연구의 선구자인 이판묵 책임연구원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을 개척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물속에서 작동하는 장비는 아주 사소한 설계적 결함이나 미세한 틈새만 있어도 물이 새어 들어와 내부 장비 전체가 순식간에 망가져 버립니다. 심해의 거대한 압력과 가혹한 물리 법칙은 단 한 번의 자만이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비가 유실되거나 파손되는 뼈아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연구진은 기본에 충실한 기초 기술을 다지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이러한 집념 어린 연구를 통해 마침내 물속 세상을 모니터로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초창기 모델 개발에 성공하며 한국 해양 로봇 공학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해양 로봇의 발전은 자연을 모사하는 생물 모사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한 단계 더 진화했습니다. 게와 가재의 신체 구조와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세계 최초의 복합 이동 무인잠수정 '크랩스터'가 대표적입니다. 크랩스터는 해저 바닥을 기어 다니는 보행 능력과 다리를 노처럼 저어 헤엄치는 유영 능력을 동시에 갖추어 거친 조류 속에서도 뛰어난 안정성을 자랑합니다. 이러한 무인잠수정들은 해양과학자들이 배 위에서 눈을 감고 바닥을 긁어내듯 샘플을 채집하던 과거의 부정확한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오차 범위 1미터 이내의 높은 정밀도로 원하는 위치에서 정확하게 해저 퇴적물과 생물 샘플을 채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무인잠수정은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과 자율 항법 기술이 완전히 결합된 형태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는 사람이 직접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지 않고도 배 위에서 실제 현장을 마주하는 듯한 경이로운 경험과 초정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수준 높은 해양 로봇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가혹한 해저 환경을 완벽히 재현하는 고도화된 실험 시설과 연구선 인프라가 필수적입니다. 무궁무진한 기회가 잠들어 있는 심해를 향한 열정과 지속적인 관심이 뒷받침된다면, 우리의 무인잠수정 기술은 인류의 해양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우주 탐사에 버금가는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해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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