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이오인공지능연구센터 ABC #007 | 김종일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기초 의학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 의학과 달리 인체의 구조와 기능, 질병의 기전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유전체학은 우리 몸의 DNA와 RNA를 거대한 덩어리로 연구하는 분야로, 생명 현상의 근본을 탐구합니다. 많은 이들이 의대 교수를 병원의 의사로만 생각하지만, 기초 의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생명의 신비를 밝히고 질병 치료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의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순수 과학으로서의 가치도 매우 크며, 질병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2009년 한국인 최초의 유전체 서열 분석 결과를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것은 국내 유전체 연구의 기념비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인 NGS가 막 등장했을 때, 연구팀은 직접 분석 도구를 개발하며 한국인만의 정밀한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비록 아시아인 최초라는 타이틀은 간발의 차로 놓쳤지만, 데이터의 정확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며 얻어낸 이 결과는 한국 유전체학의 위상을 높이고 정밀 의료의 가능성을 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전체 연구를 통해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한국인의 독특한 유전적 특징입니다. 인류의 조상은 본래 젖은 귀지를 가졌으나, 진화 과정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마른 귀지 형질이 나타났습니다. 한국인은 약 99.9%가 마른 귀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높은 비율입니다. 유전적으로 열성 형질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 내에서 이처럼 압도적인 비율을 보이는 현상은 인류 유전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며, 우리 민족이 가진 고유한 유전적 동질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최근 유전체학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세포 하나하나를 분리해 분석하는 단일 세포 유전체 분석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수만 개의 세포에서 수만 개의 유전자 발현량을 측정하면 거대한 행렬 데이터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서 의미 있는 생물학적 신호와 단순한 노이즈를 구분하기 위해 AI의 고도화된 통계 기법이 사용됩니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정밀한 수준에서 세포의 상태 변화를 관찰하고, 현재의 건강 상태나 질병의 초기 징후를 포착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미래의 의학은 공학, 자연과학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의사 과학자들은 임상 현장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초 과학의 원리를 적용해 혁신적인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선진국을 뒤쫓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연구 흐름을 주도하는 리더로서 꿈을 크게 가져야 합니다. 캠퍼스 간의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소통할 때,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창의적인 연구 성과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는 그 자체로 즐거운 여정이자 사회에 공헌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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