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산지대 사람은 적혈구가 많을까?
히말라야의 고산지대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도 가볍게 움직이는 셰르파의 비결은 바로 적혈구에 있습니다. 해발 수천 미터 이상의 고산지대는 공기 밀도가 낮아 산소량이 부족하지만, 우리 몸의 생리 기능을 유지하려면 저지대와 같은 양의 산소가 필요합니다. 셰르파는 오랜 세월 극한의 환경에 적응하며 적혈구 수를 늘려 산소 운반 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이는 고산지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빚어낸 진화의 결과물이며,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도 신체 활동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혈구가 많을수록 건강에 무조건 유리할까요? 사실 적혈구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혈액의 점성도가 높아져 심장에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 혈액이 끈적해지면 순환을 돕는 펌프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저지대 사람들의 적혈구 밀도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산소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는 최적의 평형 상태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적혈구 수치를 높이려는 시도는 신체의 정교한 균형을 깨뜨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혈액 내 적혈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적혈구용적률(HCT)은 우리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너무 낮으면 빈혈이 발생하여 쉽게 피로를 느끼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폐 질환이나 산소 공급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흡연은 고산지대에 있는 것과 유사한 환경을 몸속에 조성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담배의 일산화탄소가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몸은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적혈구를 과다 생성하게 되며 이는 혈액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우리 몸은 적혈구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이라는 호르몬을 활용합니다. 이 호르몬은 골수를 자극하여 적혈구 생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데, 흥미롭게도 폐나 심장이 아닌 콩팥에서 주로 분비됩니다. 콩팥은 우리 몸에서 단위 무게당 혈류량이 가장 많고 그 흐름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안정적인 혈류 공급 덕분에 콩팥은 혈액 내 산소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산소 센서' 역할을 수행하며, 체내 산소 수요에 맞춰 호르몬 분비량을 정교하게 조절합니다. 산소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능력은 모든 생명 유지를 위한 핵심적인 기능입니다.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세포가 저산소 상태를 감지하고 적응하는 원리인 '저산소증 유도인자(HIF)'를 발견하며 이 과정을 과학적으로 규명했습니다. 콩팥의 세포들이 낮은 산소 분압을 감지하여 에리스로포이에틴(EPO) 생산을 늘리는 메커니즘은 생명체가 환경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결국 적혈구 조절 시스템은 우리가 숨 쉬는 매 순간 모든 세포에 생명의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동하는 치밀하고도 완벽한 생체 설계의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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