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빛을 열망한 예술가들 - 터너에서 엘리아손까지 (3) _전영백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8강 | 8강 ③
1960년대 이후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전의 추상 미술이 추구하던 순수한 시각적 유희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마크 로스코나 바넷 뉴먼의 색면 회화처럼 너무나 이상화된 예술은 일상적인 삶과 분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예술가들은 이제 멀리서 대상을 관찰하는 대신, 혼란스러운 현실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미술의 중심은 눈으로 보는 시각에서 몸으로 느끼는 신체와 개념으로 이동했으며, 후각과 청각 등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공감각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미술계에는 다시 빛에 주목하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대 미술가들은 빛을 단순히 캔버스 위에 재현하지 않습니다. 제임스 터렐과 같은 작가는 관람객이 빛으로 만들어진 공간 속으로 직접 들어가게 함으로써, 빛을 입체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관람객은 건축물 안에서 변화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온몸으로 공간과 빛의 조화를 느낍니다. 이는 시각적 감상을 넘어 인간의 감각 전체를 자극하는 행위이며, 예술이 정지된 화면이 아닌 살아있는 경험이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아니쉬 카푸어는 거대한 조형물을 통해 빛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그는 파리의 그랑 팔레와 같은 역사적 건축물 내부에 비행기 소재를 활용한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하여 관람객에게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붉은색의 거대한 내부 공간에 들어선 관람객은 마치 가상의 자궁이나 고래의 뱃속에 들어온 듯한 신비로운 기분을 느낍니다. 여기서 빛은 단순히 사물을 비추는 도구가 아니라, 빈 공간을 채우고 인간의 원초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매개체로 작용하며 현대 미술의 지평을 넓힙니다. 현대 미술에서 빛은 그 자체로 작품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김수자 작가는 미술관 유리창에 특수 필름을 붙여 시시각각 변하는 무지갯빛이 공간을 채우게 함으로써 빛의 숨결을 표현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테이트 모던에 인공 태양을 설치하여 수많은 관람객에게 경이로운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미술이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오브제에 국한되지 않고, 빛이라는 비물질적인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하며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냅니다. 결국 현대 미술의 빛은 200년 전 윌리엄 터너가 가졌던 고민과 맞닿아 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이 터너의 작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색채를 추출했듯이, 예술가들은 여전히 '내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빛을 표현하는 방식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 왔지만, 그 핵심은 언제나 인간의 감각과 세계가 만나는 접점에 있습니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빛과 교감하며, 주체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웁니다. 이것이 바로 미술이 시대를 초월하여 빛을 탐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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