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Q] 왜 빅뱅 대폭발 때는 초신성 폭발처럼 많은 중원소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 2019 봄 카오스강연 '기원, 궁극의 질문들' 3강
약 138억 년 전 발생한 빅뱅은 우주의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사건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빅뱅 직후 우주는 급격히 팽창하며 온도가 순식간에 낮아졌고, 핵합성이 일어날 수 있는 적절한 밀도와 온도는 단 3분 정도만 유지되었습니다. 이 짧은 찰나에 생성된 것은 수소와 헬륨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반면, 별은 수천만 년에서 수백억 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내부에서 꾸준히 핵합성을 진행하며 다양한 원소들을 빚어냈습니다. 우주의 풍요로운 물질 구성은 이처럼 느리고 장구한 별의 진화 과정 덕분에 가능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현대 과학 기술을 통해 철과 같은 금속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더 무거운 원소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희토류까지 제조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한 거대 시설 구축과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경제성은 매우 낮습니다. 한편, 우주는 먼 미래에 모든 수소를 소진하고 차갑고 어두운 공간으로 변모할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약 100조 년이 흐르면 별의 탄생은 멈추고 블랙홀만이 남게 되며, 결국 이 블랙홀마저 증발하여 빛과 입자들만 떠도는 공허한 상태가 됩니다. 이때가 되면 우리가 인지하는 시간의 흐름조차 그 의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핵합성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자핵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소 원자는 중심의 원자핵 주위를 전자가 전자기력에 의해 멀리 떨어져 회전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반면 중성자는 양성자와 전자가 강한 핵력에 의해 단단히 결합한 상태로, 그 자체가 하나의 원자핵과 같은 성질을 띱니다. 핵합성 과정에는 오직 강한 핵력으로 묶인 핵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데, 수소 원자의 전자는 핵자의 일부가 아니기에 이 과정에서 제외됩니다. 이러한 미시적인 물리 법칙의 차이가 우주 초기 물질들이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원소를 형성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함량비는 각 원자핵이 가진 고유한 안정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베릴륨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4개씩 모인 구조를 가지지만, 매우 불안정하여 반감기가 수천조 분의 1초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핵합성 과정에서 만들어지더라도 금방 붕괴하여 우주 전체에서 낮은 함량비를 보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철은 우주에서 가장 안정한 원소로 꼽힙니다.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핵합성 반응의 최종 종착지는 대부분 철이며, 초신성 폭발과 같은 격렬한 사건 속에서도 철은 안정적으로 살아남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철은 가벼운 원소들보다도 오히려 더 풍부하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주는 전체적으로 가속 팽창하고 있지만, 국부적인 영역에서는 중력이 팽창하는 힘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강한 중력 덕분에 가스 구름이 모여 별과 행성이 탄생할 수 있었고, 질량이 거대한 별이 수명을 다한 자리에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이 형성되었습니다. 공간의 팽창에 대해서는 과거 프레드 호일의 정상 우주론과 빅뱅 우주론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호일은 무한한 우주 공간이 국부적으로 팽창한다고 보았으나, 빅뱅 우주론은 주먹보다 작은 미세한 공간에서 시작된 우주가 거대하게 커졌음을 시사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작은 시작이 빚어낸 거대한 우주 속에서 중력과 팽창의 절묘한 균형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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