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빛을 열망한 예술가들 - 터너에서 엘리아손까지 (4) _전영백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8강 | 8강 ④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지각 능력을 확장하며 예술의 경계를 넓혀왔습니다. 우리는 본래 가시광선 영역만을 인지할 수 있지만, 현대 기술은 적외선이나 자외선처럼 보이지 않는 영역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열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한 영상 작업이나 과학적 수치를 도입한 인공 태양 제작 등은 과학과 예술이 접목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예술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통해 우주의 보이지 않는 질서와 에너지를 시각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0세기 초 마르셀 뒤샹의 '샘'은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기성품인 소변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은 이 행위는 작품의 제작 과정보다 작가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는 개념미술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는 예술이 반드시 고매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전통적인 이상주의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었습니다. 뒤샹은 일상의 평범한 물건도 예술가의 의도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하며, 예술의 정의를 형상에서 정신의 영역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예술은 우리가 고단한 삶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정서적 치유를 제공합니다. 멀리서 보는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처럼, 예술적 거리는 비정한 현실조차 미적인 대상으로 승화시킵니다. 이는 종교가 고통스러운 사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위로를 주는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예술은 도덕이나 정치와는 다른 차원에서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며, 일상적인 해석을 넘어선 깊은 울림과 치유의 순간을 선사하는 소중한 매개체입니다. 현대 예술은 모더니즘의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실재적 감각 사이에서 균형을 이룹니다. 모더니즘이 첫사랑의 기억처럼 신비롭고 풍부한 영감을 제공한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비록 아름답지 않더라도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것과 같은 공존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환상과 실제라는 이 두 가지 요소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두 축과 같습니다. 예술은 이 상반된 가치들을 모두 포용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술의 근원인 빛은 생명을 주는 따스함과 파괴적인 강렬함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카루스에게 태양이 열망의 대상이자 추락의 원인이었듯, 예술 속의 빛 역시 구원과 폭력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앞으로의 예술은 밝은 빛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어둠과 죽음, 하강의 이미지까지도 깊이 있게 다루어야 합니다. 빛과 어둠을 동시에 응시하는 주체적인 시각을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 존재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예술이 주는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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