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술술과학] 다중우주 (3) : 다세계해석과 양자 평행우주
양자역학의 세계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비현실적인 현상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단연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일 것입니다. 폐쇄된 상자 안에서 전자가 이중 슬릿의 어느 문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고양이의 생사가 결정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관측하기 전까지 전자는 두 상태가 양자 중첩되어 있으며, 논리적으로는 고양이 역시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게 됩니다. 이러한 미시 세계의 양자 중첩은 거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낯설고 기묘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는 이러한 양자 중첩을 일상의 선택과 연결해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는 찰나의 순간, 뇌 속의 칼슘 원자 하나가 특정 신경 부위에 도달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사고 여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만약 원자의 움직임이 양자 중첩되어 있다면, 우리는 찰나의 순간에 살아남은 자신과 사고를 당한 자신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 미시적인 양자 현상이 어떻게 거대한 현실의 갈림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고전적인 코펜하겐 해석은 우리가 관측하는 순간 중첩된 파동함수가 붕괴하여 하나의 현실만 남는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휴 에버렛 3세는 이러한 해석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끝까지 고수하며 파동함수는 결코 붕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관측에 의해 하나의 결과가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결과가 각각의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다세계 해석의 시작이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무한한 평행우주의 존재를 시사합니다.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우주는 측정이나 결정이 일어날 때마다 끊임없이 갈라지며, 우리는 그중 단 하나의 가지에 존재할 뿐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파동함수의 붕괴라는 억지스러운 과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각자의 우주에서 실현되기에, 어딘가에는 내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가는 우주도 존재하게 됩니다. 비록 동시대 과학자들에게는 외면받았지만, 에버렛의 이론은 현실의 본질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틀을 제공하며 현대 물리학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평행우주 개념은 영화나 소설 등 대중문화에서 매력적인 소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블 시리즈의 평행우주나 타임 루프를 다룬 작품들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다세계 해석을 완전히 믿기는 어려울지라도, 이 이론은 우리에게 묘한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 이 세계에서 실패하거나 고통받더라도, 다른 평행우주 어딘가에는 꿈을 이루고 행복을 누리는 또 다른 내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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