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쓴 과학책 #24] 이종필_빛의 전쟁 ㅣ과학자가 SF를 쓴다면?
이종필 교수는 물리학자이자 저술가로서 대중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전해온 인물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글 쓰는 물리학자'라고 정의하며, 과학적 사실을 넘어선 서사의 힘에 주목해 왔습니다. 최근 그가 선보인 소설 '빛의 전쟁'은 단순한 교양 과학서를 넘어 추리 소설의 형식을 빌려 과학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작품입니다.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현대 과학의 최전선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과학을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과학의 대중화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기존의 교양 과학 도서들이 다소 딱딱하고 사실 전달에 치중했다면, 소설이라는 장르는 독자들이 페이지를 넘기는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저자는 학창 시절부터 이어온 문학적 감수성과 물리학자로서의 전문성을 결합하여, 과학이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닌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과학 문화 활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에는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중성자별 등 현대 물리학의 핵심 소재들이 등장합니다. 저자는 현재의 과학 기술 단계와 상상력의 지점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였습니다. 딥러닝의 원리나 구글의 양자 컴퓨터 실험 같은 실제 사례들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것이 극한으로 발달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묘사했습니다. 이러한 정교한 설정은 독자로 하여금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경계를 넘나드는 지적 유희를 제공합니다. 물리학에서 '5시그마'라는 개념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과학적 발견을 인정하는 엄격한 기준이 됩니다. 통계학적으로 표준편차의 5배를 의미하는 이 수치는, 어떤 현상이 우연히 발생할 확률이 약 350만분의 1에 불과할 때 사용됩니다. 즉, 이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은 해당 발견이 통계적 오류가 아닌 실재하는 물리적 현상임을 보증하는 것입니다. 소설은 이러한 과학적 방법론을 서사 속에 녹여내어,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 객관성과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양자역학의 역사에서 아인슈타인과 코펜하겐 학파 사이의 논쟁은 빼놓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성격을 부정했고, EPR 역설을 통해 이론의 불완전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벨의 부등식 실험 등을 통해 양자역학의 정당성이 입증되었고, 이는 현대 물리학의 공고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소설은 이러한 철학적, 과학적 대립을 인물들의 갈등과 사건의 배경으로 활용하여 이야기의 깊이를 더합니다. 정보 보존은 현대 물리학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입니다. 스티븐 호킹은 한때 블랙홀에서 정보가 사라진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라 정보는 보존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자신의 오류를 바로잡았습니다. 소설에서는 광자로부터 정보를 추출하거나 사건의 흔적을 재구성하는 설정을 통해 이러한 물리적 원리를 극대화합니다. 이는 마치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해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과도 닮아 있어, 과학이 지닌 탐구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과학 기술과 국가주의의 관계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학적 성과가 국가 경쟁력이나 안보의 수단으로만 소비되는 현실 속에서, 과학의 본질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갈등을 조명합니다. 뛰어난 기술이 인류를 위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사회적 합의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인물들의 행보를 통해 투영됩니다. 이는 과학이 실험실을 넘어 우리 삶과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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