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상희_과학연구 99% 좌절 | 2021 가을 카오스강연 '과학의 희열'
뚜렷한 목표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심상희 교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오며 다양한 분야를 탐색해 온 과정을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학부 시절부터 대학원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 우물만 파기보다 화장품 동호회 활동이나 밀라노 박람회 방문 등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러한 방황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찾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과학자의 길 역시 99%의 좌절과 1%의 희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찰나의 성취감이 주는 중독성이 그를 계속해서 연구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갈망은 그를 유학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학위를 따기 위한 목적보다는, 평생 가는 공부인 만큼 가장 어렵고 재밌어 보이는 분야를 선택하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박사후연구원(포닥) 과정을 거치며 기존 지식이 통하지 않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펨토초 펄스를 이용한 복잡한 분광학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연구 영역을 구축해 나갔습니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헤매는 과정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기에, 결국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법이라는 독자적인 분야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화학은 흔히 '중심 과학(Central Science)'이라고 불리며 다양한 기초 학문의 중심점 역할을 수행합니다. 심상희 교수의 연구 역시 분자와 빛의 상호작용을 이용해 현미경의 물리적 해상도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을 다룹니다. 이는 단순히 물질을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전통적인 화학의 범위를 넘어, 생명 현상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공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측면까지 아우릅니다.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를 시각화하여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생명 영상을 얻어내는 과정은 화학이 가진 무한한 확장성과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일상 속의 과학은 거창한 발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세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육아의 과정은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학 연구와 닮아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의 의중을 파악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일은, 마치 실험실에서 고장 난 레이저를 수리하거나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매일 주어지는 사소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게임 속 퀘스트를 깨는 것과 같은 성취감을 줍니다. 이러한 일상의 반복은 과학자로서의 끈기와 문제 해결 능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어린 시절 탐독했던 만화적 상상력은 현재의 과학적 탐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만화가 글과 그림을 결합해 허구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과학은 이미지와 데이터를 통해 자연 현상이라는 실재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입니다. 비주얼한 측면에 매료되었던 소년의 호기심은 이제 현미경을 통해 세포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를 서사로 구성하는 과학자의 시선으로 진화했습니다. 매일 새로운 이미지를 찍고 재구성하며 대중에게 소개하는 작업은 결국 만화적 감수성과 과학적 엄밀함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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