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인터뷰] 황승식 _방역, 정치, 집단면역. 질병역학 전문가가 말하는 코로나19
감염병의 예방은 단순히 의료 기술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방역'은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진자의 치료와 격리를 넘어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조정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 담배 제조와 광고를 규제하는 법률적 조치가 필요하듯,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도 다양한 사회적 규제와 정책적 결정이 필수적입니다. 결국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의 성패는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국가가 얼마나 올바르고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태 초기 특정 집단이 감염의 원천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도 했으나, 이는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기전을 오해한 결과입니다. 또한 스웨덴의 사례로 화제가 되었던 '집단면역' 역시 그 자체가 독립적인 정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집단면역은 방역 대책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적인 목표이자 결과물일 뿐, 수많은 희생을 전제로 하는 성급한 선택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감염병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결과로서의 면역 체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돌이켜볼 때 대략 7~8년을 주기로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국제기구의 정보에만 의존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특히 감염병 유입 가능성이 높은 주요 국가의 외교공관에 감염병 전문가를 배치하여 독자적인 정보 수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식적인 정보와 현장의 실시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국경 봉쇄와 같은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아닌, 실효성 있는 선제적 방역 정책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해외여행은 과거와 달리 비즈니스나 공무 등 필수적인 목적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던 시대에서 인접 국가 간의 철저한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한 제한적 이동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역학'이라는 학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의사들이 담당하던 분야였으나, 이제는 수학적 모델링과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구 집단 내 감염병의 분포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학적 훈련을 받은 인재들이 감염병 모델을 설계하며 방역의 과학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방의학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의학과 실험실 중심의 기초의학 사이에서 사회 전체의 건강을 설계하는 핵심적인 분야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감염병 역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무기를 준비하듯, 팬데믹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에도 역학 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합니다. 이번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역학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에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분석으로 공동체를 지키는 전문가들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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