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바다의 비밀 - 심해탐사 (2) _ 김웅서 | 2016 가을 카오스 강연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 8강 | 8강 ②
바다의 표층 수온은 태양열에 의해 결정됩니다. 적도 부근은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따뜻하지만, 고위도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져 극지방에서는 영하의 온도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순수한 물은 0도에서 얼지만, 바닷물은 염분을 포함하고 있어 어는점이 약 영하 1.9도 정도로 낮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극지방의 차가운 바다에서도 물은 액체 상태를 유지하며 거대한 해양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초가 됩니다. 표층의 온도는 위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며 지구의 열 수지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수온은 급격한 변화를 보입니다. 표층은 바람의 영향으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혼합층이 형성되지만, 수심 200m에서 1,000m 사이에는 온도가 수직으로 급락하는 '수온 약층'이 존재합니다. 이 층은 따뜻하고 가벼운 물과 차갑고 무거운 물을 분리하는 강력한 장벽 역할을 하여 물질의 수직 이동을 차단합니다. 수온 약층 아래의 심해는 태양열이 전혀 닿지 않아 전 세계 어디든 0도에서 1도 사이의 매우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고요하게 잠겨 있습니다. 심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차가운 공간입니다. 전 세계의 바다는 '원 오션'으로서 하나로 연결되어 거대한 순환을 이룹니다. 심해로 가라앉은 물이 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천 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의 밀도 균형이 깨지며 이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가 멈출 위험에 처합니다. 이는 해류가 운반하던 열의 흐름을 방해하여, 역설적으로 특정 지역에 극심한 한파를 몰고 오는 등 전 지구적인 기후 체계에 심각한 교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다의 순환은 지구의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핵심적인 시스템입니다. 심해의 또 다른 특징은 엄청난 수압입니다.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압력은 1기압씩 증가하며,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는 무려 1,100기압에 달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단단한 알루미늄 방망이조차 종잇장처럼 구겨지지만, 심해 생물들은 오히려 물렁물렁한 몸 구조를 선택해 내부와 외부의 압력을 평형 상태로 유지합니다. 강한 골격 대신 유연한 조직을 가짐으로써 무시무시한 수압 속에서도 파괴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독특한 진화를 이룬 것입니다. 이는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명체의 경이로운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해저에는 백만 년에 고작 6mm 정도 자라는 망간단괴와 같은 희귀 광물 자원이 잠들어 있습니다. 먹이가 부족한 이곳에서 생물들은 위에서 떨어지는 유기물 파편인 '바다눈'에 의존해 살아갑니다. 그러나 뜨거운 물이 솟구치는 열수 분출공 주변은 예외입니다. 이곳의 세균들은 햇빛 대신 화학 물질을 합성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이를 바탕으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풍요로운 생태계를 형성합니다. 심해는 단순히 어둡고 차가운 공간이 아니라, 수천만 년의 시간이 축적된 자원의 보고이자 독자적인 생명 에너지가 꿈틀대는 신비로운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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