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필_과학자가 장편소설을 냈습니다!
과학을 대중에게 설명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복잡한 이론을 무조건 쉽게만 풀어내라는 요구를 받을 때입니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의 정수인 상대성 이론은 결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2009년, 필자는 과학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무려 5시간씩 12회에 걸쳐 일반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는 대장정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미적분부터 시작해 대학원 수준의 중력장 방정식에 도달하기까지, 참가자들은 엄청난 학습 열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 사회 내부에 잠재된 과학 문화에 대한 갈망과 에너지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확인시켜 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상대성 이론의 산을 넘은 뒤 마주하게 되는 양자역학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입니다. 상대성 이론이 고전 역학과의 연결 고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며 직관적인 이해를 허용한다면, 양자역학은 철저하게 비직관적이며 추상적인 수학적 기초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행렬과 같은 복잡한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하기에, 이를 전공자가 아닌 분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교수자에게도 엄청난 준비와 내공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물리학과 학부 과정에서도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난해한 과목으로 꼽히는 양자역학을 일반인과 함께 스터디한다는 것은, 과학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상징적이고도 어려운 시도가 될 것입니다. 과학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때로 소설이라는 창작의 영역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백신 접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지켜보며, 과학적 사실이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담론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SF 소설 집필로 이어졌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문예부 활동을 했던 기억과 동료 작가들의 권유는 창작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과학 전공자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단순한 허구를 넘어, 과학적 상상력이 우리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탐구하는 새로운 통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여러 권의 교양 과학서를 집필해 왔지만, 첫 장편 소설인 '빛의 전쟁'을 마주했을 때의 감정은 이전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책 표지에 새겨진 '장편 소설'이라는 일곱 글자는 필자에게 작가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해 주었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후속편에 대한 고민과 창작의 어려움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주변 작가들의 격려와 3부작을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다시금 펜을 들게 하는 힘이 됩니다. 소설가로 다시 태어난 듯한 그 경이로운 기분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글쓰기의 여정에서 김훈 작가의 건조하면서도 빛나는 문체와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의 우아한 통찰력은 늘 지향점이 됩니다.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 그리고 복잡한 물리 법칙을 비단결처럼 매끄럽게 설명하는 내공을 닮고 싶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버킷리스트는 현실적인 SF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는 판타지 소설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정교한 과학 이론을 세우는 과정이 판타지 세계의 개연성을 확보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물리학자로서 고유한 법칙을 발견하는 꿈과 함께, 대중과 호흡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인터뷰] 이종필_과학자가 장편소설을 냈습니다!](https://i.ytimg.com/vi_webp/pGfAAixPjZY/maxresdefaul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