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바다의 비밀 - 심해탐사 (3) _ 김웅서 연구원 | 2016 가을 카오스 강연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 8강 | 8강 ③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미지의 세계인 바닷속을 탐험하고자 하는 열망을 품어왔습니다. 알렉산더 대왕 시절의 다이빙 벨 기록부터 시작해, 1930년대에는 강철 구체를 이용해 수백 미터 아래를 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에는 트리에스테호가 지구에서 가장 깊은 11,000m 지점에 도달하며 심해 탐사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러한 도전은 과거 심해에는 생물이 살지 않을 것이라는 '무생물설'을 뒤집고, 암흑의 공간 속에 숨겨진 생태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심해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장비가 필수적입니다. 일반적인 스쿠버 다이빙은 수심 30~40m가 한계이지만, 대기압 잠수복을 이용하면 지상의 압력을 유지한 채 600m까지 내려가 작업할 수 있습니다. 더 깊은 곳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유인 잠수정이나 원격 조종 무인 잠수정(ROV)이 필요합니다. 특히 유인 잠수정은 좁은 티타늄 구체 안에 과학자들이 직접 탑승하여 심해의 신비를 관찰하며, 이는 우주 탐사만큼이나 정교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심해 유인 잠수정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다섯 나라에 불과합니다. 최근 중국은 7,000m급 자오룽호를 통해 해양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가장 깊은 바다까지 도달할 수 있는 차세대 잠수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6,000m급 원격 조종 무인 잠수정(ROV)인 '해미래'를 통해 마리아나 해저 분지 등을 성공적으로 탐사해왔습니다. 비록 유인 잠수정 개발에는 경제적 난관이 따르지만, 심해 기술 자립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심해 탐사의 가장 놀라운 성과 중 하나는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는 열수 분출공의 발견입니다. 이곳은 햇빛이 전혀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화학 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굴뚝 모양의 분출공 주변에는 눈먼 게나 쇠붙이를 먹고 사는 생물들이 빼곡히 모여 살며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도 해미래를 통해 수심 3,000m 이상의 열수 분출공에서 다양한 생물 표본을 채집하며 심해 생태계의 비밀을 밝히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심해 생물들은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이로운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몸을 투명하게 만들거나, 파란 빛만 도는 심해에서 검게 보이는 붉은색 피부를 갖기도 합니다. 먹이가 부족한 환경 탓에 한 번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도록 입이 거대해지고 이빨은 안쪽으로 휘어졌습니다. 또한 엄청난 수압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몸속에 수분을 가득 채우거나 부레 대신 가벼운 지방질로 부력을 조절합니다. 이들의 기괴한 생김새는 사실 생존을 위한 가장 지혜로운 선택의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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