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호 _ 진화와 발생의 만남, 이보디보! | 2022 카오스강연 '진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는 예쁜꼬마선충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탐구합니다. 1mm 남짓한 이 작은 생명체는 '엘레강스'라는 종명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약 천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순함 덕분에 수정란부터 성체까지의 모든 세포 계보와 유전 정보가 완전히 밝혀져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인간을 직접 연구하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며, 노화나 신경계와 같은 복잡한 생명 현상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모델이 됩니다. 노화 연구는 정의하기 까다로운 분야이지만, 예쁜꼬마선충은 약 3주의 짧은 수명 덕분에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합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명이 몇 배로 늘어난 돌연변이를 관찰하거나, 수만 가지의 신약 후보 물질을 투여해 수명 연장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치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생명체가 노화를 지연시키는 보편적인 메커니즘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세포 수준의 분열 정지와 개체 수준의 죽음을 연결하는 연구는 현대 생물학의 핵심 과제 중 하나입니다. 최근 생물학계에서 주목받는 '이보디보(Evo-Devo)'는 진화발생생물학의 줄임말로, 발생 과정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하나의 개체가 되는 '발생'과,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다루는 '진화'를 결합한 것입니다. 과거의 진화학이 주로 추론과 계산에 의존했다면, 이보디보는 분자생물학적 수단을 통해 유전자의 변화와 작용을 직접 들여다봅니다. 이는 생명의 다양성이 어떤 유전적 원리로 형성되었는지 분자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이보디보의 학문적 토대는 유전체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궤를 같이합니다. 최근 10년 사이 유전체 서열 분석 비용이 낮아지면서,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 유전체를 분석하려는 거대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특정 종의 연구를 넘어 생명 전체의 연결 고리를 파악하게 합니다. 유전체 데이터의 축적은 우리가 생명의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며, 이는 현대 생물학이 나아가는 가장 역동적인 방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초과학의 위기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인간의 본원적인 호기심입니다. 자연과학은 '어떻게'를 넘어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는 국가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선진국의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유전학자로 시작해 진화의 문제에 도달하게 된 여정은 생명 현상의 보존과 변화를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탐구의 결과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작은 창을 통해 바라본 생명의 신비는, 결국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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