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암의 기원 (2) - DNA란 무엇인가? _ 이현숙 교수 |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9강 | 9강 ②
암의 기원에 대한 탐구는 100년 전 독일의 세포 생물학자 보베리의 가설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암세포가 단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되며, 염색체 수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이수배수체 현상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이 가설은 암이 무한 증식하는 성질을 가지며 물리적, 화학적 자극이나 미생물 감염에 의해 유발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비록 결과론적인 관찰에 기반했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암의 본질을 꿰뚫어 본 그의 통찰은 현대 암 연구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1975년 등장한 에임스 테스트는 DNA 손상이 암의 근본적인 원인임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살모넬라균을 이용한 이 실험은 특정 화학 물질이 돌연변이를 많이 일으킬수록 강력한 발암원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암 유전자(Oncogene)와 암 억제 유전자의 발견으로 이어졌으며, 바이러스 설이나 보베리의 염색체 설을 모두 포용하는 통합적인 이론을 가능케 했습니다. 결국 유전자의 변형이 세포의 비정상적인 분열을 초래하여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현대적 암 발생 모델이 확립된 것입니다. 현대 생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꼽히는 DNA 이중나선 구조는 유전 정보가 어떻게 보존되고 전달되는지를 명확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은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X선 회절 데이터를 바탕으로 DNA의 분자 구조를 규명해냈습니다. 이 구조는 유전자가 자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의 근원을 보여주었으며, 분자 생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특히 DNA가 단순한 정보의 저장소를 넘어, 생명 현상을 조절하는 핵심 설계도임을 밝혀냄으로써 암과 같은 유전적 질병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생명체가 유전 물질로 RNA 대신 DNA를 선택한 이유는 정보 보존의 안정성에 있습니다. 두 가닥의 나선 구조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유전 정보를 보호하며, 복제 과정에서 반보수적인 특성을 통해 정확한 전수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견고함은 진화 과정에서 생명체가 복잡한 유기체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만약 유전 정보가 쉽게 변질되었다면 생명은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따라서 DNA는 단순한 분자를 넘어 생명의 역사와 진화를 기록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매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일어나는 DNA 복제 과정은 완벽해 보이지만 늘 에러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중합 효소의 교정 기능과 정교한 DNA 복구 기작 덕분에 오류율은 획기적으로 낮아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미세한 돌연변이는 암 발생의 씨앗이 됩니다. 흥미롭게도 과거 화학 무기로 사용되었던 나이트로젠 머스터드가 오늘날 암 치료제로 쓰이는 이유는 암세포의 복구 기작 결함을 역이용한 결과입니다. 결국 암은 유전자 단위의 돌연변이와 염색체 구조의 대단위 손실이 축적되어 발생하는 복합적인 유전 질환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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