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짧강] 홍합, 바다에서 병원으로_by차형준|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10강
수술 후 상처를 봉합할 때 우리는 흔히 봉합사를 이용해 꿰매는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피부 바깥에 흉터를 남길 뿐만 아니라, 몸 안의 연약한 조직에서는 조직이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기는 천공의 위험을 동반합니다. 만약 장액이 새어 나와 패혈증으로 이어진다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화학 접착제는 독성이 있거나 접착력이 약해 봉합사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거친 파도와 부력을 견디며 바위에 단단히 붙어 사는 홍합에 주목했습니다. 홍합의 강력한 접착력은 단백질 내 아미노산 중 하나인 타이로신이 변형된 '도파(DOPA)'라는 성분에서 나옵니다. 도파는 다양한 표면과 결합할 뿐만 아니라 분자끼리 서로 엉겨 붙는 가교 결합을 통해 수중에서도 강력한 접착력을 유지합니다. 이는 자연이 선사한 가장 정교하고 강력한 천연 접착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 상태의 홍합에서 홍합 접착 단백질 1g을 얻으려면 무려 만 마리의 홍합이 필요하며, 그 비용 또한 매우 막대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홍합의 유전자를 재설계하여 미생물에 삽입하는 유전공학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제는 미생물 배양을 통해 대량으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홍합 만 마리가 필요한 양을 단 1리터의 배양액으로 대체하는 혁신적인 성과입니다. 덕분에 고가의 소재를 의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길이 열렸습니다. 대량 생산된 홍합 접착 단백질은 다양한 제형으로 가공되어 수술실의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빛을 쬐면 빠르게 굳는 광가교 접착제가 있습니다. 절개 부위에 접착제를 바르고 특정 파장의 빛을 비추면 짧은 시간 내에 봉합이 완료됩니다. 이 접착제는 인체 조직처럼 유연한 성질을 유지하여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으며, 상처가 치유되는 동안 서서히 몸에 흡수되어 자연스러운 재생을 돕습니다. 이는 미래 영화에서나 보던 기술의 실현입니다. 홍합 접착 단백질의 응용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뼈를 붙이는 수중 접착제로도 확장됩니다. 물속에서도 와해되지 않는 특수 제형을 통해, 기존에 버려지던 미세한 뼛가루들을 하나로 뭉쳐 고정하는 뼈 접착제가 개발되었습니다. 이는 분쇄 골절 환자의 회복 기간을 6개월에서 2~3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생체 모방 기술로 탄생한 이 혁신적인 접착제는 이제 바다를 넘어 현대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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