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지구의 기원 (1) -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_ 최덕근 교수 |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3강 | 3강 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사 시대는 인류가 문자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약 6,000년 전부터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지구의 나이가 약 46억 년임을 고려하면, 역사 시대는 전체 지구 역사의 찰나에 불과합니다. 지질학적으로는 지구가 탄생한 시점부터 현재까지를 지질 시대로 정의하지만, 실제로 연구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암석의 나이는 약 40억 년 전의 것입니다. 따라서 지구가 탄생한 직후부터 약 6억 년 동안의 기록은 암석으로 남아 있지 않은 '기록 없는 시대'입니다. 이 시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추론이 필요합니다. 현대 지질학은 지구를 단순한 암석 덩어리가 아닌 지권, 수권, 기권, 생물권이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파악합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지권은 반지름 약 6,370km의 고체 지구로, 산소, 철, 규소, 마그네슘이라는 네 가지 원소가 전체의 9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위를 물과 공기가 덮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구의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돌을 연구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바다와 대기, 그리고 그 속에 살았던 생명체들이 어떻게 변화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하루 24시간'이라는 단위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학자들에 의해 정의된 인위적인 약속입니다. 과학적으로 하루는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자전 주기를 의미하는데,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태양일과 항성일로 나뉩니다.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태양일은 지구가 공전하는 거리만큼 더 돌아야 하기에 약 24시간이 걸리지만, 먼 별을 기준으로 하는 항성일은 약 23시간 56분입니다. 이처럼 시간의 정의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라는 천문학적 운동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는 우주 속 지구의 위치를 확인하는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놀랍게도 과거 지구의 하루는 지금보다 훨씬 짧았습니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존 웰스는 산호 화석의 성장선을 분석하여 이 사실을 증명해냈습니다. 산호는 광합성 활동에 따라 매일 미세한 골격을 형성하는데, 계절에 따른 성장 속도 차이가 나무의 나이테처럼 기록됩니다. 연구 결과, 약 4억 년 전 데본기 산호 화석에는 1년의 날수가 약 400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당시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자전했음을 의미하며, 조석력 등의 영향으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수억 년에 걸쳐 서서히 느려져 왔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지금도 만 년에 약 0.2초씩 느려지고 있으며, 아주 먼 미래에는 자전이 멈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태양의 수명이 다할 것이기에 인류가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생명체가 출현하기 이전, 즉 화석 기록조차 없는 지구의 탄생 초기 모습을 어떻게 재구성하느냐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뿐만 아니라 달과 태양계 전체의 형성 과정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지구의 어린 시절을 추적하는 여정은 결국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이 행성이 어떻게 생명의 요람이 되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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