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문명과 수학의 기원(3)_박형주 교수 |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6강 | 6강 ③
수학의 역사는 추상과 실용이라는 두 축이 서로 대립하고 극복하며 발전해 온 과정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실용은 수학의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으로, 추상은 난제 해결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리스적 전통을 잇는 추상 수학은 수학적 우주 그 자체의 깊이를 탐구하며, 기존 체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관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룹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의 양이 늘어나는 점진적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하는 불연속적인 혁명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적 난제는 기존 체계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사고의 틀을 구축하는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5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찾는 과정에서 탄생한 '군론'을 들 수 있습니다. 10대의 천재 수학자 갈루아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수학적 구조를 설계했으며, 이는 훗날 화학의 결정 구조나 물리학의 대칭성을 설명하는 핵심 도구가 되었습니다. 하나의 난제를 해결함으로써 수학의 내적 틀이 바뀌고, 그것이 다시 자연과학의 지평을 넓히는 기폭제가 된 것입니다. 현대 수학은 힐베르트의 문제들이나 밀레니엄 난제들을 통해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소수들로 이루어진 등차수열의 존재를 증명한 테렌스 타오의 사례처럼, 난제 해결은 우리가 소수의 성질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하며 수학적 우주의 조밀함을 이해하게 합니다. 이러한 도전은 단순히 상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 문제를 풀지 못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들여다봄으로써 수학이라는 학문의 한계를 시험하고 새로운 지적 영토를 개척하는 숭고한 과정입니다. 반면 바빌로니아적 전통을 계승한 실용 수학은 물리적 우주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그 가치를 증명합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부터 베를린의 교통 체증 해결, 심지어 선거 결과 예측과 의료용 MRI의 역문제 해결에 이르기까지 수학은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엔진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버스 대수를 줄여야 교통이 원활해진다는 결과처럼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해답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는 수학적 논리가 현실의 복잡성을 관통하여 가장 효율적인 최적의 경로를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수학과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증법적으로 발전합니다. 무선 통신의 발달이 암호학이라는 새로운 수학 분야를 촉발했듯이, 물리적 우주의 성취가 수학적 우주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한국의 수학은 그동안 서구의 이론을 이식하고 학습하는 단계에 집중해 왔으나, 이제는 추상적인 수학적 우주와 구체적인 물리적 우주 사이의 상호작용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두 세계가 긴밀하게 소통할 때 비로소 수학은 박제된 이론을 넘어 시대를 이끄는 진정한 생명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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