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데이터 세상에서 수학으로 살아남기 by천정희 | #47분26초_꼭_봐야하는_영상|2020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 '과학으로 살아남기' | 2강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는 '미래의 원유'이자 새로운 통화로 불릴 만큼 그 가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과거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던 기업들이 석유나 금융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데이터 기반 IT 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데이터를 얼마나 잘 수집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의미하며,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를 넘어 경제의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활용이 늘어날수록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심각한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의료 정보나 상업적 이용을 목적으로 한 민감한 정보들이 해킹이나 무단 판매를 통해 유출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계 학습을 위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해질수록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며,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그 가치를 추출해낼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이 절실해진 상황입니다. 활용과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혁신적인 기술이 바로 '동형암호'입니다. 동형암호는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 그대로 연산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로, 데이터를 복호화하지 않고도 필요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보석 원석을 투명하고 단단한 상자에 넣은 채로 가공하는 것과 같아서, 작업자는 내용물을 훔칠 수 없지만 주인은 가공된 결과물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비밀을 알지 못하면서도 주인이 원하는 일을 완벽히 수행하는 '완벽한 하인'인 셈입니다. 동형암호의 안전성은 수학적으로 매우 풀기 어려운 난제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근사 최대공약수 문제나 격자 기반의 암호 체계는 현대의 슈퍼컴퓨터는 물론 미래의 양자 컴퓨터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NP-하드 문제로 분류됩니다. 이러한 수학적 견고함 덕분에 동형암호는 데이터의 기밀성을 완벽하게 보장하며, 암호화된 상태에서 덧셈과 곱셈 같은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더라도 정보가 외부에 노출될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수학이 데이터 세상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되는 것입니다. 초기 동형암호는 연산 속도가 매우 느리고 데이터 크기가 커지는 단점이 있었으나, 최근 수학적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근사 계산 동형암호(HEAAN)' 기술은 실수 연산이 잦은 기계 학습 분야에 최적화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기술은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기존 방식보다 수백 배 빠른 속도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는 한국 연구진의 기여가 돋보이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현재 동형암호는 DNA 분석과 같은 정밀 의료 분야부터 금융 서비스의 데이터 결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유전 정보를 암호화한 상태로 질병 예측 모델을 돌리거나, 서로 다른 기관의 금융 데이터를 개인정보 침해 없이 결합하여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임시 면허 부여 등 제도적 뒷받침이 더해지며, 이론을 넘어 실질적인 서비스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유통 생태계를 만드는 초석이 됩니다. 결국 데이터 세상에서 수학은 단순한 계산 도구를 넘어 개인의 권리와 정보를 지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대수학, 정수론, 해석학 등 다양한 수학적 원리들이 결합하여 탄생한 동형암호는 인공지능 기술과 조화를 이루며 '프라이빗 AI' 시대를 견인할 것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수학은 앞으로도 데이터의 가치를 안전하게 꽃피우는 생명선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수학적 발견이 가져올 안전한 데이터 세상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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