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단백질 : 3차원의 마술사 (2) 김성훈 교수 | 2017 봄 카오스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4강 | 4강 ②
단백질의 3차 구조를 밝혀내는 과정은 현대 생명과학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단백질은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하여 비밀을 쉽게 내주지 않기에, 이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방사광 가속기와 같은 수십억 원대의 거대 장비와 시설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구조를 분석하는 이유는 단백질의 구조를 아는 것이 곧 생명의 신비를 풀고 질병을 정복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초 생명과학의 영역에서 단백질 구조 연구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닙니다. 과학자들의 꿈은 아미노산 서열만 보고도 그 단백질이 어떤 3차 구조를 형성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입니다. 만약 90% 이상의 정확도로 구조를 맞출 수 있다면 이는 노벨상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기술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게임이나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컴퓨터 기술과 이론적 연구가 결합하여 수많은 장비와 비용 없이도 새로운 해법을 찾아가는 미래 지향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인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나 에이즈 치료제는 병을 일으키는 효소와 바이러스 단백질의 3차 구조를 정확히 분석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적의 구조를 알면 그 핵심 부위에 딱 들어맞는 약물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기초 과학에서 시작된 구조 연구는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실질적인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며, 우리가 질병의 핵심을 타격할 수 있는 '마법의 탄환'을 만들게 해줍니다. 단백질은 그 자체로 훌륭한 치료제가 되기도 하지만, 섭취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 같은 단백질 치료제를 주사로 맞는 이유는 단백질이 열이나 산에 의해 쉽게 변성되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단백질을 먹으면 소화 효소에 의해 모두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고가의 단백질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은 효율이 낮으며, 우리 몸은 섭취한 단백질을 다시 아미노산 단위로 해체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데 재조합하여 사용합니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감칠맛'의 비밀도 사실 단백질이 아닌 아미노산에 숨어 있습니다. 단백질 자체는 맛이 없지만, 숙성이나 발효 혹은 장시간 끓이는 과정을 통해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 비로소 풍부한 맛이 살아납니다. 생명체가 아미노산에 맛을 느끼도록 진화한 이유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이처럼 아미노산은 생명의 구성 성분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음식을 즐기는 동기가 되며, 단백질이라는 복잡한 블록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고유한 단위입니다. 자연계에는 무한한 종류의 아미노산이 존재할 수 있지만, 지구상의 생명체는 단 20가지의 아미노산만을 선택해 사용합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경제적 선택의 결과입니다. 아미노산 종류가 많아질수록 더 정교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겠지만,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20가지라는 숫자는 복잡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생명체가 찾아낸 최적의 균형점입니다. 생명은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전자가 생명의 설계도라면 단백질은 그 설계도를 바탕으로 구현된 현실입니다. 유전자의 암호 체계가 아미노산보다 훨씬 많은 조합을 가진 이유는 돌연변이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단백질의 발현은 매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는 고정되어 있을지라도, 우리의 노력으로 단백질의 상태를 바꾸고 인생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생명이 가진 가장 절묘하고 희망적인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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